모든 독서는 어떤 책의 구멍을 찾는 일이다. 그 구멍은 마치 두더지굴과 비슷하다. 저자가 책 속에 파놓은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서 그 구멍과 연결된 다른 책에서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끝도 없는 두더지 굴처럼 우리는 책 속에서 빙빙 돌곤 한다. 결국 두더지 굴에서 장렬하게 백기를 든 저자는 ‘이해’ 대신 ‘오해’를 택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사람마다 느낌이 다른 것처럼 고정관념이나 틀에 박히지 않는 나만의 자유로운 해석과 다소 편향된 듯한 책 읽기의 방식은 내 멋대로 오해하며 질질 끌고 다니는 연애와 닮았다.
프로이트, 쇼펜하우어에서 파트리크 쥐스킨트, 박민규, 김애란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분야를 폭넓고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약 100여 종의 책을 서가에서 꺼내고 있는 이 책의 일관된 감성은 연애다. 모든 책을 연애로 읽는다는 독특한 오독의 결과물이다.
어른의 비밀을 알려준 무라카미 류, 장미꽃을 얹은 음식의 마법을 알려준 띠따, 첫사랑에 목숨을 걸어도 좋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은희경, 차분하게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도와준 장 그르니에, 연애의 사고 과정을 알려준 플라톤, 연애와 무의식의 관계를 알려준 프로이트 등.
연애에 목숨 거는 조선시대 여자들과 산도르 마라이의 집요함을 좋아한다는 저자는 때로는 떨림으로, 때로는 고요함으로, 슬픔으로, 화로, 기쁨으로 연애의 상황에서 책을 찾기도 하고, 책에서 연애를 찾기도 한다.
독자들은 책 속 상황에서 웃고, 울고, 공감하며 다뤄진 책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구를 느끼게 된다. 책 읽기에 대한 욕망의 꿈틀거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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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news@korea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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