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IT와 BT 융합이 만든 혁신 제품들
[기획취재] IT와 BT 융합이 만든 혁신 제품들
  • 강성전
  • 승인 2014.08.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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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뉴스투데이 강성전 기자] 바이오테크놀로지가 가져올 변화는 무엇일까. 미국의 주도 아래 1990년 30억 달러에 이르는 다국적 휴먼 지놈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2000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인간은 자신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도 촉발됐다. 이제 줄기세포 연구를 거쳐 인간의 신체는 기계와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작게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한 신체신호를 활용한 도구에서부터 생체정보는 물론 뇌과학에 이르기까지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좀 더 생각을 확장하면 사이보그는 이제 영화속에서만 등장할 수 있는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어두운 저녁, 미국 LA 뒷골목에 굉음의 고압전류를 타고 인간의 형상을 한 사이보그가 등장한다. 사이보그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한 인간을 쫒기 시작한다. 사이보그의 시선은 인간들을 향해 있고, 시각정보에는 현실적인 인간의 형상에 더해 생체정보와 관련 데이터가 중첩되어 나타난다.

위 내용은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헐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이다. 미래의 시각정보기술은 단순한 사실의 전달만이 아닌 대상의 모든 생체정보 데이터를 종합하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력은 증강현실(AR)의 시초가 되어 왔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 앞선 영화적 상상력은 관련기술의 정체에 따라 20년간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애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IT기술의 발전과 대표 상품인 스마트폰 환경의 등장, 빅데이터의 활용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바이오테크놀로지 산업은 다시금 새로운 혁신적 기술로 재조명 받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KMA) 주최의 트렌드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미래비즈니스의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술은 대체로 제약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대표 바이株 대부분이 신약개발기업에 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바이오테크놀러지 관련 대표상품이 부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가령 스마트폰이 애플의 아이폰이라는 대표상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과 대비를 이뤄 바이오테크놀로지 영역은 제약기술 외에는 소비자의 이목을 끌만한 상품을 내 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수년간 증강현실을 이용한 비즈니스모델이 스마트폰 환경을 기반으로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바이오테크놀로지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인간의 생체정보를 담아낼 수 있는 웨어러블디바이스(Wearable Device, 몸에 착용 가능한 디바이스)의 공이 크다.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삼성의 경우 휴대폰과 연동된 갤럭시 기어를 출시해 그 시작을 알렸다. 디자인에 대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기능의 상당수를 시계에 담아내 향후 새로운 기술적 표준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목시계 형태의 갤럭시기어가 바이오테크놀로지와 결합될 경우 강력한 제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직접 인간의 신경과 전자칩을 연결하려는 전위적 시도 또한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케빈 워윅(kevin warwick) 영국 리딩대 교수다. 그는 직접 자신의 몸에 생체정보는 물론 신체적 기능을 통제할 수 있는 전자칩을 심어 스스로를 사이보그 인간이라고 자처한다. 이런 시도는 자칫 무모해 보이지만 인간의 생체적 특성과 기술문명이 영향을 주고받는 바이오테크놀로지기술에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군수산업에서는 이미 로봇의 특성을 인간과 결합시키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관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전략공격경량작전복(TALOS, Tactical Assault Light Operation Suit)이란 이름의 로봇 외형과 흡사한 전투복을 통해 신체 일부의 근력을 강화함은 물론 컴퓨터 장비를 입히고자 하는 계획을 곧 실현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두고 있다. 이 새로운 전투복은 단지 근력강화만이 아닌 병사 개인의 몸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통제하는 센서를 포함했다는 점에서 ‘아이언맨 프로젝트’로 불리고 있다.

이렇듯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는 지금까지의 기술혁신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다. 지금까지 기술이 인간이 이용하는 장비와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면 이제는 인간의 생체정보를 해석하고 진작시키는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구글

그 정점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단연 구글이다. 나스닥에 따르면, 2013년 구글은 애플이 주춤한 사이 50% 가까운 주가상승률을 기록하며 S&P 500지수의 평균 상승률인 26%를 두 배 가량 상회했다. 애플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한 약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구글에 대한 시장의 고평가는 구글의 사업영역이 새로운 혁신영역 전반에 걸쳐 있는 데 기인한다. 특히 안드로이드라는 강력한 플랫폼에 더해 바이오테크놀로지 영역에서의 성과가 강력한 인상을 남긴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샷(Moonshot, 구글의 로봇 프로젝트)의 사고방식으로 무장한 그들을 이제 누구도 검색업체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매개로 모든 정보들과 인간을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무인자동차, 구글 글라스는 물론 로봇산업과 유전자분석산업에 까지 사업영역이 뻗어 있는 것은 그들의 사고방식이 바이오테크놀로지 산업영역에 가장 최적화 된 기업임을 확인시켜준다.

특히 구글에서 가장 기대를 가지고 있는 구글 글라스는 종래 증강현실을 이용한 애플리케이션이나 3D기술들이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을 이용한다는 점에 반해 직접 착용가능한 안경의 형태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간이 직접 착용함에 따라 음성인식은 물론이고 차후 인간의 뇌파와도 연결될 수 있는 기술적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2014년 정식출시를 앞두고 그동안 시제품의 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해 온 구글 글라스는 이미 상당한 유저들의 사용경험을 축적해 기술적 안정성을 획득하고 있다. 내년 2월 정식출시를 앞두고 구형버전을 새로운 버전으로 무상교체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등 출시를 앞두고 전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마트폰을 촉매로 증강현실관련 기술의 발전은 물론이고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구글 글라스라는 혁신적 제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끌게 됨에 따라 바이오테크놀로지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내 모든 정보를 가질 수 있다.

증강현실관련 기술이 상업화됨에 따라 이에 더해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유전자분석 기술이 더해져 바이오테크놀로지산업이 새롭게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생체정보를 데이터화 해 관련정보를 다양한 산업에 이용할 수 있는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가 본격적으로 본 궤도에 오르게 되면 그간 제약기술에 머물러 있던 시장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벤처기업인 23앤드미를 둘러싼 미국사회의 논쟁은 그 중심에 서 있다. 인간의 생체정보를 판독하는 DNA분석 기술을 값싸게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진 23앤드미는 2013년 하반기부터 더욱 저렴한 가격인 99달러에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99달러만 지불하면 누구나 자신의 유전자정보를 통해 발생가능한 질병과 유전학적 기원을 분석해서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평균 50%가 높다는 식의 유전병 발병예측을 제공하는 것이다.

구글의 창업자중 한명인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이자 23앤드미를 이끌고 있는 앤 보이치키는 기존 유전자분석기술에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해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발상으로 유전학에 대한 관심은 유전병에 대한 선제적 치료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23앤드미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유전자분석을 신청하면 관련 패키지가 가정으로 배송된다. 패키지 안에 있는 작은 상자에 타액을 담아서 다시 23앤드미로 발송하면 끝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마치면 수주 후 향후 걸릴 수 있는 유전질환이나 인종적 특성 등에 대한 데이터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23앤드미의 값싼 유전자정보 분석기술을 당분간 이용하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2일 FDA는 23앤드미의 유전자 정보분석 시스템에 대한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 영업정지를 명령했다. 잘못된 유전자분석으로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개인들의 유전자 분석에 대한 욕구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조만간 이 서비스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헐리우드 배우인 안젤리나 졸리는 이러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유방절제술을 시행, 다시한번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 바 있다. 그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5월 <The New York Times>의 기고를 통해 본인의 의학적 선택으로 인해 유방암 발생확률이 87%에서 5%로 감소했다며 더욱 저렴한 유전자분석방법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재미있는 것은 23앤드미가 급성장을 이끈 주요투자자가 구글과 존슨앤존슨이라는 점이다. 나스닥에 따르면 두 기업은 2013년 한해 시가총액기준 1000억 달러 이상의 기업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인간의 생체정보를 비즈니스화

23앤드미로 대표되는 유전자분석 비즈니스모델과 그를 통한 유전질환에 대한 통제방식은 인간의 생체정보를 비즈니스화 하는 중요한 시작으로 여겨지고 있다. DNA분석을 통한 데이터분석이 대중화되면 장기적으로는 모든 인간들의 생체정보가 인터넷을 매개로 데이터화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제 생체정보는 의료적 사용은 물론 인간의 다양한 의사결정에까지 적용되리라는 것은 당연지사다. IT기술의 발전이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적용을 추동하는 모양새다.

이와 같은 기술적 혁신의 전환기에 관련 사업부분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구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구글은 검색엔진을 넘어 자신들의 최종 목표가 세상의 모든 것을 디지털 정보화한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구글은 이미 설립초기 하버드대학 도서관의 모든 장서를 디지털화하는 것으로 시작해 이미 2000만 권의 디지털 저작물을 데이터화하는데 성공했으며 세상의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 하는데 상당부분 성과를 걷어왔다. 이제 그 디지털화는 단지 세상에 그치지 않고 인간자체를 향하고 있다. 유전자분석 비즈니스에 투자하고 있는 그들은 이제 로봇산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지난 12월 발표된 IBK투자증권에서 발표한 ‘2013년 애플/구글의 M&A 사례 분석과 시사점’에 따르면 애플과 구글의 M&A방식이 차이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애플의 경우 지도, 반도체, 데이터 분석, 비디오 관련 업체들에 대한 광범위한 영역에 관심이 걸쳐있지만 구글의 경우 체스쳐 인식기술이나 신경망, 소셜예측기술 등 주력사업과 연관된 영역에 집중적으로 M&A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비즈니스모델은 애초부터 일관성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인터넷에 담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고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발상이 오늘날의 구글을 만들었다. 특히 이 중심에는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있다. 구글의 뜻대로 그들의 정보망에 모든 인간의 정보까지 담아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모든 것들의 정보화’라는 메시지는 향후 바이오테크놀로지와 함께 상승작용을 일으킬 전망이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상은 결국 인간의 신경과 뇌를 기술과 연결하는 데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상당수의 연구자들은 예측한다. 그중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뇌파를 분석해 수면을 유도하고 꿈을 해석할 수 있는 수면관련 디바이스를 들 수 있다. 꿈을 기억하고 조정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구현하는 수면관련 뇌파분석 장비들이 활성화 되면 창작자들이나 창의적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자면 그간 IT기술 플랫폼의 발전이 대체로 스마트폰에 컴퓨터의 정보처리능력을 담아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인간이 IT기술을 직접 입는 것은 물론, 인간의 생체적 특성과 결합하는 기술들이 등장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삶을 변화

이러한 기술적 트렌드에 대해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바이오테크놀로지 기술이 인간의 뇌 활동을 해석하고 명령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서겠지만 그 정교함에는 한계가 있다”며 “오히려 인간의 실수를 줄이고 권장할만한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돕는 영역에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재미를 통해 인간의 유의미한 활동을 돕는 정도로 그 발전성과가 제약될 것이라는 말이다.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성과가 인간의 생체정보를 과도하게 노출시킴으로써 윤리적 문제를 드러낼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에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이어 이러한 사례로 나이키의 퓨얼밴드를 예로 들었다. 팔에 착용하는 형태로 제작된 퓨얼밴드는 인간의 모든 행동에 따른 운동량을 측정해 수치화하는 디지털기기다. 이 제품은 스마트 기기와 연동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사용자들끼리 네트워크를 활용한 운동량 측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바이오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가장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정 교수는 “제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도 대중성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산업적 발전을 생각하기 힘들다며 네트워킹과 디자인을 통해 대중적인 니즈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지적했다.

구글 글라스와 갤럭시 기어의 대체적인 시장반응이 이를 방증한다. 기술자체가 네트워크의 한 부분이 되고 그것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구매욕망을 자극하는 구글의 꾸준한 노력으로 구글 글라스가 정식 출시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끄는 반면, 삼성의 갤럭시기어는 애플의 아이워치보다 앞선 출시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에 갇힌 기술적 한계와 눈길을 끌지 못하는 디자인으로 생각 외로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과제도 기술적 안정성보다는 그것이 인간의 삶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도록 좀 더 보편적인 장비로 자리 잡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기술발전이 인간의 행복과 편리함에 기여하기 위함임을 고려해 볼 때, 이제 이러한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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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전 news@korea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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