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서비스 구현’ 명확한 고객 정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IoT 서비스 구현’ 명확한 고객 정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 윤보현
  • 승인 2015.06.0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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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구도가 아닌 고객 가치에 초점 맞추고 세심한 접근 필요
사진=CES 페이스북

국내의 한 연구소 보고서에서 IoT 시장을 확장 하려면 소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소소한 재미를 주는 수준으로는 IoT 시장을 본격화하는 데 한계가 있게 마련이라며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에 집중한다면 시장 확장성에 더 유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 놓았다.

연구 보고서는 IoT로 더 나은 서비스 구현이 가능한 미세먼지 검출기기를 예를 들면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을 비롯해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기 측정 센서를 통해 이산화질소와 탄소, 습도, 온도 등을 측정하여 공기의 오염도를 알 수 있다. 일반 가정용이라면 기준치 대비 공기 질이 나빠지게 되면 공기청정기나 스마트폰 등에 장착된 소형 센서 및 앱을 통해 감지 및 알람 기능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 사용자라도 알레르기를 방지하기 위한 기능을 필요로 한다면, 그에 맞게 특화된 공기 성분을 대상으로 하는 좀더 고도화된 센싱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더 나아가 폐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병원용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얘기는 사뭇 달라진다. 모니터링 대상이 되는 미세먼지 성분, 크기, 크기별 개수에 따라 환자의 건강 및 생명까지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측정치는 물론이고 경고 시점 등에 대한 정확도와 신뢰성 측면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이렇듯, IoT 서비스의 사용자를 누구로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기존에 나와 있는 기술로도 충분히 아이디어 중심으로 사업화가 가능할 수도 있고, 신뢰성 있는 서비스 구현을 위해 지금보다 더 정밀하고 검증된 기술 개발로 인해 사업화 준비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일반 개인 소비자 대상의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IoT 사업화를 전개할 것인지, 아니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고도화된 산업용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따라 시장 개화의 시기와 접근법은 판이하게 달라지게된다.

타깃 고객이 정의되었다면, 그들에게 어떤 가치로 소구할 것인가가 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지금도 여러 IoT 기기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초기 제품들이다 보니 흥미를 끄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운동량을 측정하기 위한 밴드형 웨어러블 기기와 유사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 워치만 해도 이미 수십 종이 출시되었다.

하지만, 출시 초기에 불러일으켰던 관심에 비하면 아직은 미흡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 정원 관리 시스템’이나 ‘블루투스 자물쇠’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계속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니치 성격이 강하다. 또한 스마트 콘택트렌즈 같은 고도의 정밀성과 신뢰성을 요구하는 IoT 제품들은 상용화에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Concept 수준 제품은 차치하고라도 이미 출시되어 주목을 받았던 다수의 IoT 제품들은 왜 고객들의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걸까? 고객들의 지갑을 열기에는 아직 본질적 가치 측면에서 IoT 이전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별로 나아지는 게 없기 때문이다.

심박수, 혈압 등을 측정하는 헬스케어 기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스마트 워치나 밴드형 기기를 통해 개인들이 손쉽게 다양한 신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방향성은 좋지만, 실제 경험해 본 사용자들에게 측정의 불편함, 측정치의 정확도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연계된 서비스가 뚜렷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각종 신체 정보 패턴이 모아진다 하더라도, 결국 사용자들은 이 정보들을 검증하고, 실질적인 건강 관리를 위해서 IoT 서비스 이전에도 존재했던 오프라인 의료 서비스를 다시 이용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 관점에서는 측정치 정확도도 담보되지 않고 사후 대응도 연계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디바이스를 왜 사야만 하는지에 의문을 갖게 마련이다.

물론, IoT라는 개념이 제품화로 이어지는 초기 상황임을 고려하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준은 개선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oT 기기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대체로 막연한 기대 속에 여러 기능들을 넣어 가능성을 탐색하는 식이다. 이런 접근법으로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요원해 보인다.

오히려 불확실한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타진하기보다는 타깃 고객들이 원하는 핵심적인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IoT 시장 개화를 앞당기는 데 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사진=Healbe 페이스북
러시아 힐비(Healbe)사가 개발한 ‘고비(GoBe)’가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사례이다. 고비는 100% 자동으로 음식 섭취량과 운동량을 측정해주는 일종의 웨어러블 밴드이다.

건강관리를 원하는 사용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칼로리 섭취 및 소모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에 집중한 것이다.

올해 1월말 약 300달러에 출시된 고비는 압력 센서, 임피던스 센서, 가속도계 등 센서 3개와 체내 포도당 농도를 분석하는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이용해 칼로리 변화량을 계산하여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기존 수동 기기를 통해 칼로리를 측정하는 기기들의 정확도가 40~70% 수준인데 반해, 피부 접촉만을 통해 자동으로 측정되는 고비의 정확도는 84~93% 정도로 알려져 있다.

힐비사는 측정치의 정확도에 대한 신뢰성 제고를 위해 비침습 혈당 측정 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내분비학 전문의, 수학자, 물리학자 등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들을 개발 단계부터 참여시켜 기술을 정교화하고 인증 받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당초 의료용으로 개발되었던 이 기기의 정확도가 의료용 수준에는 못 미치자, 실질적 고객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일반 개인용 피트니스 관리로 타깃 시장과 고객을 재조준하여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고비는 고객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이를 구현할 최적의 기술과 방법을 찾아내려는 노력으로 지난해 이미 펀딩 목표액의 10배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들이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지금은 경쟁력 있는 IoT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는 네스트도 처음부터 여러 IoT 제품, 서비스들의 구심점을 지향했던 것은 아니다.
사진=Nest 페이스북
네스트 스마트 온도 조절기는 우선 제품 자체의 높은 완성도로 소비자들에게 소구한 이후, 소비자의 에너지 사용 패턴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에너지 사업자들의 수요 관리 서비스와 결합하여 러시 아워 리워드(Rush hour rewards)와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에너지 사업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IoT로 대응해주면서, 소비자들에게는 ‘금전적 보상’이라는 실질적 가치를 제공한 것이다.

보험 업계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UBI(Usage-based insurance) 서비스도 마찬가지 개념이다.

IoT 센서를 통해 분석한 운전자의 운전 습관 등에 대한 정보를 보험 사업자들에게 제공하고, 안정적인 운전 습관을 가진 소비자들에게는 그에 맞게 할인된 보험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소비자와의 서비스 접점에 있는 사업자들이 지닌 니즈에 IoT 기술을 접목시키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했다.

그런 관점에서 IoT 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플랫폼 우선’ 접근법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한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IoT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업자들은 대부분 경쟁적으로 홈킷, 네스트와 같은 플랫폼 생태계 편입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iOS 등 거대 OS 생태계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들은 거대 OS 생태계로 모여들었고, 이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묶어 두는 Lock-in 요소로 작용하여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었다. 하지만 IoT 환경에서는 스마트폰과 같은 생태계가 급격히 형성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계 비용의 개념이 다르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가 S/W 기반으로서 사용자 기반 확대에 필요한 한계 비용이 크지 않은 반면, IoT 생태계는 말 그대로 H/W 제품군(Things)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Connectivity에 필요한 전용 통신칩 등 물리적인 비용과 시간이 수반된다. 또한 IoT 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의 이해 관계 등을 고려할 때 AllSeen Alliance, OIC(Open Interconnect Consortium)와 같은 여러 통신 프로토콜 중의 어느 하나가 단시일 내에 시장의 지배적인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가 아직 단일 IoT 제품들에서도 분명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이 플랫폼 참여를 통해 답을 찾으려는 접근이 유효하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앞서 IoT에 대한 일부 소비자 조사에서 본 것처럼 Connectivity는 모든 제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IoT 관련 칼럼을 기고하는 Gordon Hui는 “Do people really want smart toothbrush?”라는 글에서, 사용자 가치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Connectivity에서부터 제품 개발을 시작하려는 사업자들의 성향을 경계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LG경제연구의의 김국태·신재욱 연구원은 모든 영역이 그렇듯 여기에도 하나의 명확한 정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며 경쟁 구도가 아닌 고객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세심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뉴스투데이 윤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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