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펀드 원금 일부 선지급...불완전판매 의혹은?
기업은행 펀드 원금 일부 선지급...불완전판매 의혹은?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6.12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펀드 환매중지로 골머리
사기판매 주장에 윤 행장 참석한 간담회까지 열렸으나 입장차 여전
투자자들 기세에 펀드 판매사 최초로 원금 50% 선지급 방안 결정해
오는 15일부터 금감원 불완전판매 의혹 관련 기업은행 현장검사 예고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금융사 CEO 중 사모펀드 투자자와의 만남을 가진 것은 이례적으로 윤 행장의 해결 의지에 대한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간담회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기업은행과 투자자들간의 입장 차이는 좁히지 못한 가운데 기업은행은 펀드 판매와 관련해 금감원의 불완전판매 현장검사를 앞두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편집자주>

올 1월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윤종원 행장이 사모펀드 판매사 CEO 중 최초로 펀드 투자자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데 그쳤다.(사진/뉴시스)
올 1월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윤종원 행장이 사모펀드 판매사 CEO 중 최초로 펀드 투자자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데 그쳤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기업은행의 펀드 판매와 관련해 불완전판매를 넘어 사기 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불완전판매는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중요사항들을 누락하거나 허위·과장 등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금감원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혐의가 적발될 경우 중징계에 처하고 있다. 최근 사모펀드와 관련된 피해가 증가하면서 당국은 불완전판매에 대해 CEO의 책임을 묻는 등 징계 수위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들 “사기당했다” 주장

기업은행을 통해 디스커버리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기업은행의 펀드 판매를 사기라 규정하고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집단행동에 나섰다.

디스커버리펀드는 국내 운용사인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설계한 펀드로 미국 운용사인 다이렉트랜딩인베스트먼트(이하 DLI)에 의해 현지에 투자됐다. 기업은행은 2017년부터 디스커버리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판매했다.

문제는 지난해 4월 DLI가 실제 수익률과 투자 자산 가치 등을 당국에 허위 보고한 것이 적발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되면서 자산이 동결된 것. 현재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695억원과 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219억원 등 총 914억원이 환매 중단됐다.

대책위는 기업은행 직원이 임의로 고객 통장에서 돈을 빼내 펀드에 가입하고 서명을 위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위험등급을 고지하지 않았고 자녀 이름을 대필해 사인을 유도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고령자투자유의서도 PB팀장이 임의로 기재하는가 하면 고객의 적금을 깨도록 유도하고 이를 펀드에 투자하라고 지속적으로 권했다. 직원들의 공격적인 펀드 가입 유도에 고객들은 세입자 전세보증금, 사업자금, 법인 설비투자금 등을 해당 펀드에 투자했다.

이들은 주거래은행이 기업은행인 VIP고객들이 대부분으로 일반 직원과 간부직 직원까지 나서 “수익률이 3%대로 낮은 상품”이라며 “투자위험성이 낮다”는 말을 믿고 돈을 맡겼다. 환매 중단 이후 이들은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를 통해 사기판매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 투자자 만난 윤 행장 무슨 얘기 오갔나

투자 피해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는 등 상황이 악화되면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 대한 책임론이 커졌고 올 초 제26개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윤 행장의 부담도 커졌다. 이에 윤 행장은 금융사 CEO 중 처음으로 사모펀드 투자자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8일 오후 IBK 파이낸스타워에서 윤 행장과 대책위의 만남이 성사됐다. 기업은행 측에서는 윤 행장과 김성태 전무이사, 임찬희 부행장, 실무담당자, 자문변호사 등이 참석했고 대책위에서는 최창석 위원장과 조순익 부위원장, 이의환 상황실장,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타 은행 CEO들이 사모펀드 투자자들과의 간담회를 거절한 것과 달리 윤 행장과 펀드 투자자들의 만남이 성사된 것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대책위는 위험한 상품을 위험하지 않은 상품이라고 속여서 판매한 행위, 100% 환매를 장담하면서 무리하게 가입시킨 행위 등의 책임을 물어 ▲디스커버리펀드 판매 계약 자체의 원천무효 ▲계약원금과 이자 반환 ▲펀드판매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파면, 면직) 처분 ▲윤 행장 주관 피해자공청회 개최 등을 4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은행 측은 대책위의 요구안 4가지를 모두 거부했고 현재 금감원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사회 결정 이후 금감원의 분쟁조정 혹은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1일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행장 규탄 및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애, 계약무효 원금보장 쟁취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사진/대책위 제공)
지난 11일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행장 규탄 및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애, 계약무효 원금보장 쟁취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사진/대책위 제공)

 ◇ 원금 일부 선지급 방안에도 입장 차 여전

어렵게 성사된 간담회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자 대책위는 기업은행 이사회가 열린 11일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 규탄 집회를 열고 자율배상 110% 요구안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윤 행장이 간담회 전부터 무언의 압박으로 간담회 성격을 축소시켰고 대책위와 간담회가 아닌 피해자 소원수리 청취쇼로 전락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윤 행장은 일선 판매현장에서 벌어진 각종 편법 탈법적인 행태를 전혀 파악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책임을 금감원으로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등 최소한의 해결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며 “기업은행장의 자격과 위상마저 의심스럽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대책위의 규탄 집회가 열리는 시간 이사회에서는 디스커버리펀드의 투자자들에게 최초 투자 원금의 50%를 선지급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선지급 대상 펀드는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다. 기업은행과 투자자가 개별 사적화해계약을 통해 가지급금을 수령하고 이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최종 보상액과 환매중단된 펀드의 최종 회수액이 결정되면 차액을 사후 정산하게 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에서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는 동시에 고객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분쟁조정위원회 조사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판매사 가운데 최초로 투자원금 선지급 방안이 발표되자 대책위는 반기면서도 “끝끝내 자율배상을 거부하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국책은행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며 전액 배상을 위한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한편 금감원은 오는 15일부터 기업은행에 대해 불완전판매 여부 등과 관련한 현장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 밝혀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