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규제 개선 ‘경쟁력 강화 vs 음주 폐해 조장’ 갑론을박
주류 규제 개선 ‘경쟁력 강화 vs 음주 폐해 조장’ 갑론을박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8.2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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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절차 간소화, 세제 혜택…주류 산업 경쟁력 강화
10‧20대 알코올 중독 8,735명…음주 폐해 예방 미비

[한국뉴스투데이] 지난달부터 시행된 주류 규제 개선을 두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음주 폐해를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논쟁이 뜨겁다.

국세청은 지난 5월 ‘주류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한 달간 시장참여자‧이해관계인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고시‧훈령을 통해 지난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사진/뉴시스)
국세청은 지난 5월 ‘주류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한 달간 시장참여자‧이해관계인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고시‧훈령을 통해 지난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사진/뉴시스)

◇ 7월 주류 규제 개선방안 시행

국세청은 지난 5월 ‘주류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한 달간 시장참여자‧이해관계인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고시‧훈령을 통해 지난달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주요 내용은 ▲주류 제조시설을 이용해 음료, 빵 등 주류 이외 제품 생산 가능 ▲새로운 주류 레시피 등록 기간 45일에서 15일 이내로 감축 ▲희석식 소주와 맥주의 ‘대형매장용’ 용도 구분 표시 의무 폐지 ▲맥주와 탁주 납세증명표시사항 간소화 ▲총 주문금액의 50% 이하 주류는 음식과 함께 통신 판매를 통한 배달 허용 등이다.

또한, 국세청은 ▲주류 OEM 허용 ▲주류 첨가재료 확대 ▲전통주 양조장 지원 등 법 개정 사항은 기재부와 협조해 올해 중 개정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 규제 완화로 산업 경쟁력 강화

이처럼 정부가 규제 완화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우리나라 주류의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국내 주류 출고량은 380만8000㎘에서 343만6000㎘로 감소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마이너스(-) 2.5%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 주류 출고량은 20만7000㎘에서 49만5000㎘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24.4%에 이른다.

또한, 정부는 소규모 맥주 제조업자에게 세제상 혜택도 주고 있다. 출고량 200㎘까지는 과세 표준의 60%를, 201~500㎘까지는 40%를, 500㎘ 초과 시에는 20%를 줄여주고, 원재료 중 쌀 비중이 20%를 넘으면 70%까지 경감해준다.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한국 소비자에게 한국 주류가 외면받는 상황이 수치상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 주류 제조업자들에게 적용됐던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규제를 완화해 한국 주류 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관련 법‧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봤다”고 전했다.

정부가 기존 주류 제조업자들에게 적용됐던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규제를 완화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알코올 중독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정부가 기존 주류 제조업자들에게 적용됐던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규제를 완화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알코올 중독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 지난해 10‧20대 알코올 중독 환자 8735명

지난 20일 김대지 국세청장 후보자는 인사청문에서 최근 국세청이 추진한 주류 규제 개선방안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인정했다.

규제 완화로 국내 주류업계의 산업 경쟁력 강화는 이룰 수 있지만, 알코올 중독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최근 5년간 10‧20대 알코올 중독 환자는 두 자릿수 넘게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20대 알코올 중독 환자는 총 8735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 6572명 대비 32.91% 증가한 수치다.

연도별로는 2015년 6572명, 2016년 7104명, 2017년 7464명, 2018년 8232명, 2019년 8735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2년마다 약 1000명씩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는 9000명대 이상, 이듬해는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성별‧연령별로는 지난해 기준 각각 10대 남성 1163명, 10대 여성 1051명, 20대 남성 3565명, 20대 여성 2956명 등이다. 2015년 대비 각각 10대 남성은 9.82%, 10대 여성은 57.57%, 20대 남성은 34.52%, 20대 여성은 34.6%씩 증가했다.

◇ 음주 폐해 예방을 위한 구체적 실행안 필요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달 17일 음주 조장 환경 개선을 위한 민‧관‧학 협의체를 구성했다.

정신의학, 보건, 법학, 교육, 홍보, 미디어‧방송, 언론,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4명이 참여해 내년 6월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협의체는 정책, 모니터링, 교육‧홍보 등 3개 세부 분과로 나누어 코로나19로 바뀐 환경 속에서 절주 문화 확산을 위한 의제 설정과 세부 추진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홍정익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지난달 17일 첫 회의에서 “코로나블루 확산으로 혼술 등 음주 환경이 변화하고 있어, 음주 조장 환경 개선을 위한 전문가들의 다각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주류 규제 개선방안 시행 후 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운영하는 것은 전시행정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온라인 주문을 통한 주류배달 서비스 확대 등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알코올 의존 증가가 우려되는 가운데 정부가 국민건강‧청소년 보호 등을 위해 어떤 실행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소영 기자 lonlo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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