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또 사망, 말로만 하는 심야 배송 중단?
택배기사 또 사망, 말로만 하는 심야 배송 중단?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12.29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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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 과로사 의혹에도 과도한 업무 이어져
업계 대책 발표에도 ‘깜깜이 심야 배송’여전 물의
생활물류법 국회 통과, 권고 대부분...실효성 논란

최근 서울 동작구의 한 시장에서 물품을 나르던 한진택배 노량진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가 뇌출혈로 쓰러진 가운데 택배사들이 지난 10월 발표한 택배 노동자 보호 방안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택배기사는 연말을 맞아 하루 270개~280개가량의 물량을 소화하는 등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사실상 깜깜이 심야 배송을 방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편집자 주>

▲ 최근 택배기사가 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택배기사들이 여전히 격무에 시달리고 있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최근 택배기사가 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택배기사들이 여전히 격무에 시달리고 있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연말연시 택배 물량 급증으로 인해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지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로 인해 현장의 지침이 제대로 안 지켜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 뇌출혈에 과로사까지...여전히 고통받는 택배 노동자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한진택배 노량진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40대 A씨가 서울 동작구의 한 시장에서 물품을 나르던 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의식불명 사태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오전 7시 한진택배 남서울복합물류센터에 출근해 분류작업을 마무리하고 오후에 택배 배송업무를 진행했으며, A씨는 300개에 달하는 일일 배송 물량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17일에도 한진택배 소속 택배기사인 60대 남자 B씨가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채 발견됐으며 현재는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270여 개의 하루 물량을 소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택배기사들의 사고는 비단 한진택배만이 아니다. 롯데택배 소속 택배기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등 롯데택배도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23일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롯데택배 택배기사 C씨가 화성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8월 롯데택배의 지역대리점에 취업한 C씨는 추석 당시 하루 평균 350~380개 택배를 배송하는 등 과도한 업무를 수행했다.

특히 C씨의 담당 지역은 주택가로 아파트보다 노동의 강도가 훨씬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C씨는 몸무게가 4개월 만에 20kg 정도 빠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C씨가 과로사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같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각에서는 지난 10월 택배회사들의 택배 노동자 보호 방안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 부랴부랴 대책 발표한 회사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택배 노동자들의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인해 택배 물량의 증가로 인해 택배 노동자들이 살인적인 근무 스케줄에 시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같은 비판에 지난 10월 한진 택배는 11월부터 심야 배송을 전면 중단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또한, 택배 분류작업에는 지원인력 1000여 명을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업무 강도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택배 분류작업에 투입될 인력은 단계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며 비용은 전액 회사 측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특히 명절 등 택배 물량 급증 시기에는 배송 차량도 늘려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당시 한진이 내놓은 대책이었다.

지난 10월 22일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기사들의 연이은 사망 소식에 대표이사로써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머리를 숙이는 등 택배업계가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사고에 대해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택배업체의 움직임에도 택배기사들의 연이은 사고가 발생하자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사실상 ‘깜깜이 심야 배송’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진경호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장은 지난 2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일배송을 못하면 택배기사들이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되는 구조기 때문에 일단 배달한 것으로 하고 10시 이후에는 개별 배송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진도 저녁 10시 이후에는 기사들이 사용하는 앱을 닫는다고 말하고 있으며 롯데택배는 11시에 닫는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살펴보면 밤 11시 이후 종료된 기록들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본지는 롯데택배와 한진택배 측에 사실확인을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 국토위 통과한 생활물류법, 실효성 있나?

이러한 주장들이 나오면서 사실상 택배업체들의 대책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국회 국토위를 통과한 소위 ‘생활물류법’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 뜨겁다.

지난 24일 국회 국토위는 택배 서비스 사업 등록제 도입 및 택배 종사자 과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 등을 골자로 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생활물류법’에서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내용을 살펴보면 위탁계약 갱신청구권 6년 보장과 표준계약서 작성 및 사용 권장, 안전시설 확보 노력이 담겨 있다. 그러나 위탁계약 갱신청구권 보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권고 사항에 그쳐 일각에서는 현실적용이 가능한지를 두고 의문을 표하고 있다.

또한, 배송지별로 택배 상자를 구분해 차량에 싣는 작업을 뜻하는 은어인 ‘까대기’에 대한 해결책이 담겨 있지 않으면서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노동계는 택배기사 업무 범위에서 ‘까대기’를 제외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이로 인해 노동계 일각에서는 생활물류법을 두고 정부와 여당의 면피용 법안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생활물류법이 현재 인사청문회 이후 무난하게 처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정치권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생활처리법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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