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글로벌 OTT 확장 속, 토종 OTT 진출, '미디어 대변혁의 해'
【신년기획】 글로벌 OTT 확장 속, 토종 OTT 진출, '미디어 대변혁의 해'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02.05 0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대 최대규모 투자한 넷플 K-콘텐츠로 올 해도 시작 확장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 약진… 한 해 100만 명 이상 가입

2020년 범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OTT 발전 방안 3년째 표류
자율등급제 도입, 국내 콘텐츠 비중 높은 OTT 유리하게 해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시장의 출혈 경쟁이 무섭다. 지난해 K-콘텐츠에 수천억 원을 쏟아부은 글로벌 OTT들이 올 해에도 막대한 투자를 예고한 가운데, 비교적 규모가 적은 토종 OTT들도 잰 걸음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력이나 콘텐츠 수의 열위에 있는 토종 OTT들이 공정한 경쟁과 발전을 위해 소관 부처들의 밥그릇 싸움을 끝내고 ‘자율등급제 도입’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편집자주>

[한국뉴스투데이] 글로벌 OTT들의 확장세가 무서운 가운데, 올 한 해는 토종 OTT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을 빌어 반격을 노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OTT산업 진흥을 위해 자율규제 도입 및 일원화를 필요로 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자본력이 대거 투입되며 올 한해도 K-콘텐츠 시장에 다양한 작품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픽사베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자본력이 대거 투입되며 올 한해도 K-콘텐츠 시장에 다양한 작품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픽사베이)

공룡 OTT 넷플릭스·디즈니+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1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결과를 보면 지난해 OTT 이용률은 69.5%로 지난 2020년 66.3%에서 3.2%포인트 증가했다. OTT 유료 이용률도 34.8%로 지난 2020년 14.4%에서 20.4%포인트 증가했다.

현재까지 국내 OTT 업계의 최강자는 넷플릭스다. 가입자는 2020년말 380만 명에서 2021년말 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넷플릭스는 자사의 경쟁력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올해에도 한국에서 1조 투자를 암시했다. 지난해는 7000억 원을 투자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25편 이상의 한국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의 두 배 규모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을 제대로 증명했다. ‘킹덤’으로 시작해 ‘인간수업’, ‘스위트홈’, ‘승리호’를 독점 공개한 데 이어 ‘오징어 게임’으로 K=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어 공개한 ‘지옥’과 올 초 공개한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공개 직후 세계 순위 1위를 연달아 기록 중이다.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기대를 모았던 ‘OTT공룡’ 디즈니 플러스는 2023년까지 아태지역에서 50개 이상의 로컬 콘텐츠 및 오리지널 라인업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 정식출시 시점부터 지속된 자막 퀄리티에 관한 논란과 독점 콘텐츠 ‘설강화’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주춤했던 디즈니플러스는 배우 최민식 주연, 강윤석 감독이 연출하는 한국 콘텐츠 ‘카지노(가제)’를 포함해 등 한국 및 아태지역 신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올 한 해 ‘너와 나의 경찰수업’, ‘그리드’, ‘키스 식스 센스’, ‘무빙’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2021년 회계연도 말 기준 디즈니 플러스의 글로벌 가입자는 1억1천810만 명이다. 훌루와 ESPN 플러스 등 디즈니 계열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합치면 총 가입자는 1억7천900만 명이다. 넷플리스는 작년 4분기 기준 2억 2천 180만 명이다.

국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디즈니플러스와 제휴를 맺었던 LG헬로비전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2020년 대비 30% 증가하며 창사이래 최고점을 찍은 것은 무시할 수 있는 성적표가 아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자본력이 대거 투입되며 올 한해도 K-콘텐츠 시장에 다양한 작품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픽사베이)
토종 OTT들의 시장 확장 기세가 매섭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8일, 이명한 티빙 대표가 티빙 1주년 ‘TVING CONNECT 2021’ 행사에 참석해 글로벌 OTT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토종업계도 자체제작 콘텐츠 도전

글로벌 OTT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토종 OTT의 기세도 활발하다. 지난해 12월,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토종 OTT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1월을 기준으로 웨이브 457만 명, 티빙 396만 명, 쿠팡플레이 268만 명 등으로 연초 대비 1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토종 OTT들도 자체제작 콘텐츠에 힘을 싣고 있다.

가장 먼저 웨이브는 2019년 출범(기존 POOQ) 이후 유료 가입자가 약 2배 증가했다. 현재 무료회원 포함 전체 회원 수는 1170만명이다. 지난해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드라마·예능·영화 등 20편 안팎이다. 주지훈·박성웅·최성은 주연의 ‘젠틀맨'과 조진웅·김희애·이수경 주연 '데드맨' 등 범죄수사물 영화에 힘 쏟고 있다. 웨이보는 동남아에서 북미 시장에 먼저 진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술꾼도시여자들’로 의미있는 성과를 얻었던 티빙도 총 60편의 오리지널·독점 콘텐츠를 선보이며 지난해 12월 18일 기준 유료 가입자가 256% 증가했다. 중장년층 유료 가입자도 빠르게 늘어 출범 전 대비 50대는 가입자 수가 276%, 60대는 246% 늘었다. 특히 스포츠 콘텐츠의 영향으로 남성 가입자가 대폭 증가했다. 올 해도 스포츠 독점 중계로 남성 가입자 비중 및 장르 다변화를 꾀할 예정이다.

티빙은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에 4000억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프랜차이즈 지적 재산권을 본격 가동하고 세계관 확장 및 팬덤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다. 웹툰과 웹소설 등 원천 지적 재산권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OTT인 파라마운트 콘텐츠 독점 공개와 글로벌 진출을 계획 중이다.

토종 OTT들이 해외로 가는데는 K-콘텐츠의 한류 영향도 있지만, 그 이면엔 마냥 웃지만은 못할 인과 관계가 작용한다. 유료방송 시장이 저가의 요금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수익 상황임에도 급변하는 OTT 시장에 등 떠밀리 듯 OTT를 통한 콘텐츠 공급방식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해외 진출도 필수가 됐다.

 

자생력 키우는 방안 마련해야

OTT의 영향력이 극대화되고 있는데 반해, 현재 미디어 정책은 이를 제대로 뒷받침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절대적이다. 토종 OTT들이 자체 콘텐츠 제작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담당 부처가 산재돼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토종 OTT 업체들이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음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자 정부는 OTT들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지원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뎌 난항을 겪고 있다. 2020년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이 3년 째 표류하고 있기 때문.

미디어 정책을 놓고 각 부처 간 업무와 권한이 중복되면서 갈등도 초래됐다. 때문에 규제 적용의 일관성도 부재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업계가 가장 시급하게 주문하는 방안은 ‘자율등급제 도입’이다. OTT 사업자는 ‘영화비디오법’ 제50조에 따른 비디오물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 일반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 ‘방송법’ 제33조에 따라 방송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등급 분류하고 별도의 심의는 거치지 않는다. 문제는 일반 방송 프로그램을 OTT로 서비스 할 때 별도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방송 콘텐츠 비중이 높은 국내 사업자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월 26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개최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미디어 지형과 합리적 규제체계 마련 방안’ 토론회에서도 OTT의 합리적 규제체계와 자율등급제가 화두에 올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임종수 세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합리적 규제체계 마련을 위해 ‘인터넷 모델’을 도입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모델은 완전히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플랫폼 미디어를 규율하는 협력적인 자율규제를 지향한다”면서 “이용자의 만족도와 데이터에 대한 대가, 정책당국의 공공성 실현, 기업 비즈니스 활동의 상호 조율을 위해 정책협의회로 체계화한 규율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자율규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철수 한국 OTT포럼 회장은 “자율규제는 굉장히 중요한 이론적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미래지향적이고, 국내 미디어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 마련을 위해서라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