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윤리 그리고 그 달콤한 유혹
연구 윤리 그리고 그 달콤한 유혹
  • 김 위 겸임교수
  • 승인 2022.11.23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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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생물학 분야만큼 성공과 금전 그리고 명성에 목마른 과학자들이 많은 곳은 없다. 의생물학은 사람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인간의 치료에 확실한 해결점을 보여 준다면 많은 이들이 찬사와 숭배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의학적인 내용을 조작에 사용한다면 밝혀지기 전까지 설령 그 사실이 진짜가 아니라도 수년간의 부를 얻게 되는 상황도 생기게 된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의 사진을 조작해 다수의 명망 있는 과학지에 게재했던 한국의 황우석 전 교수. 혈액 한 방울로 250여 종류의 질병을 확인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만들었다고 홍보했지만 16종의 질환만 검증되는 에디슨을 만들었다. 

테라노스 사의 엘리자베스 홈즈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인 야마카타 신야박사가 속해있는 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소인 Riken에서 약산성으로 세포분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데이터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다수의 과학자들에 의해 데이터 조작으로 밝혀져 효과 없음으로 결론지어졌던 오보카타 하루코 박사가 있다. 

이 세 명의 공통점은 획기적인 발견에 따른 자신의 영광을 위해 양심을 저버린 행위다. 재미있는 점이 과학이라는 입장에서 현재 발견된 새로운 기술은 현세대에 필요한 범위에서 본인만 시도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로 과학자 외에 다수의 대중을 현혹시키는 사이비 종교 지도자처럼 자신을 포장했다는 점이다. 거기에 서울대, 스탠포드 대학, 와세다 대학이라는 훌륭한 학벌과 외모 역시 사람의 관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과거와 비교하여 수많은 과학자들이 해당 자료를 열람할 수 있고 초고가의 장비를 사용하거나 그 연구소에서만 있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특수한 기술이 아닌 이상 거의 모든 연구에 대한 방법 및 결과를 충분히 재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수많은 물리학적 업적을 낸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 (CERN) 같은 기관에서 초입자분석기라는 초고가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그 연구결과가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몇 년 후에는 그 내용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알 수 있다. 

다만 연구 결과에 대한 참 거짓은 연구 방법에 따른 재연만 확실하다면 과학자의 입장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연구의 방향이겠지만 연구 데이터 자체를 조작해버리는 방법은 결과가 획기적이면 그 만큼 많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어 금방 들통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21세기 한·미·일을 뒤집어 놨던 세 명의 과학 분야 조작자들은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 황우석 교수는 한국에서 퇴출되어 어떠한 연구 과제도 할 수 없고 본인이 있던 학교에서 직위를 박탈당했다. 또한 그를 숭배하는 몇몇의 지지자들에 의해 근근이 유지되고 그의 업적은 전 세계 과학계에서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지경이 이르렀다. 

일본의 Riken에서 차세대 노벨 의생리학 주자가 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오보카타 하루코 박사는 해당 연구소에서 근무했다는 기록조차 말소되었다. 그녀 역시 일본 과학계에서 아예 퇴출되었고 본인이 했던 연구조차 믿을 수 없는 지경이 이르러 본인의 고향에서 과자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는 업계에서 퇴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병을 진단하는 장비자체의 성능을 믿기 힘들고 경영상의 수많은 문제를 일으켜 잘못하면 수십 년 동안 감옥에서 생활할 수도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과거에는 연구결과에 대한 조작을 들키지만 않는다는 조건에서는 과학자가 영광을 얻기 쉬운 건 사실이다. 당시에는 현대 과학의 독자적인 분야가 태동할 시기였고 각 과학자가 가진 그 기술을 다른 이가 굳이 따라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조작이 쉬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거기에 실제 수많은 과학자들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이 되도 결과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특히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연구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자료가 자신이 학교나 연구소나 기업체에서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자들끼리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검증할 수 있는 자료가 풍부해진 현재로서는 잘못된 결과는 있을 수 있어도 데이터를 조작한다는 자체는 과학자로써의 직업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김 위 겸임교수 yesteria@ajou.ac.kr

김 위 겸임교수

현 아주대학교 의용공학과 겸임교수
전 대우전자 미주법인 자문위원
University of Calgary 의과대학 석사
York University 생물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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