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생물학과 공학의 융합 인재의 확보
의생물학과 공학의 융합 인재의 확보
  • 김 위 겸임교수
  • 승인 2023.05.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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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생물학자과 공학자의 차이

의생물학, 그리고 공학이란 어떻게 보면 때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과학에서 이 둘의 융합이랑 과제는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서로의 원하는 결과물이 도출되지 않는 예가 흔하고 서로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진행될 경우 의료현장에 적용되는 것이 아닌 단순한 연구의 결과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체외의 병원균을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한 면역체계를 가져 관리가 힘든 미숙아를 보호하는 인공 배양기인 예를 살펴보자. 배양기를 만드는 원리 자체는 공학적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단순하게 보인다. 단순하게 모체의 체온을 유지하고 미숙아의 눈을 보호하고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초기 배양기이다. 

공학적 입장에서 인큐베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자 안에 열선을 깔고 어느 정도 온도가 올라가면 온도 센서에 따라 열선을 끄면 된다. 습도는 열선 위에 물탱크를 배치, 습도 센서를 이용해 너무 습하지도 않고 건조하지도 않게 조절해 주면 된다. 미숙아의 수면 사이클을 유지하고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빛의 밝기를 시간별로 변화할 수 있도록 조정하면 된다. 

당연히 이정도의 내용은 대학교 1학년 기초 생물학 과정만 익혀도 공학자들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든 인큐베이터 안에서 미숙아가 우량아로 잘 자랄 수 있을까? 이걸 가장 쉽게 일반인도 알 수 있는 건 바로 병아리 배양기일 것이다. 물론 병아리 배양기랑 미숙아 배양기를 동일 선상은 아니겠지만 원리자체는 덜 복잡하긴 해도 원리는 거의 비슷하다. 

▲의생물학자와 공학자들의 문제를 접근하는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상황에서 단순하게 서로가 가진 지식을 통해 만족할 만한 편의성이 높은 의학적 성취를 각자의 이론에 따라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기기나 기법을 만들기는 어려움이 있다.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3에서 이백과학 관계자들이 가상 혈관 세포배양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생물학자와 공학자들의 문제를 접근하는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상황에서 단순하게 서로가 가진 지식을 통해 만족할 만한 편의성이 높은 의학적 성취를 각자의 이론에 따라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기기나 기법을 만들기는 어려움이 있다.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3에서 이백과학 관계자들이 가상 혈관 세포배양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학교 3학년 때 유정란을 가지고 병아리 부화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결과는 배양기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을 어느 정도 가진 상태에서 교과서에 나온 방법대로 진행 했음에도 불구하고 24개의 알 중, 3분의 1정도만 부화에 성공했다. 아마도 유정란의 병아리 상태를 하나하나 X-Ray로 찍어보고 성정하는 속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했으면 부화율이 높았을 것이다. 

교과서에 나온 대로 기계적으로 공학자가 배양기를 만들어 유동식만 주고 미숙아를 키우게 된다면 아마 대학교에 실험한 대로 사망률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거꾸로 의생물학자들이 배양기를 만든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온열기와 온습도계를 무균실에 설치하고 많은 의료 인력들이 번갈아 가며 태아의 상태를 확인할 것이다. 공학적인 지식이 모자란 상태에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계를 가지고 미숙아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은 하겠지만 효율면에서 기기를 만드는 것보다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즉, 의생물학자와 공학자들의 문제를 접근하는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상황에서 단순하게 서로가 가진 지식을 통해 만족할 만한 편의성이 높은 의학적 성취를 각자의 이론에 따라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기기나 기법을 만들기는 어려움이 있다.

융합인재 확보의 어려움

그럼 의생물학과 공학의 융합적 인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지금의 대학 수학능력 시험은 1993년이 마지막이었던 학력고사까지 아주 과학에 대한 상당히 단순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1980년대에서 현재까지 과학이란 과목을 교육 과정을 초·중·고까지 설계하는 방법론 자체가 실제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단순히 학술적인 부분을 중시하기에 실무보다는 학문이라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과과정에서 필요한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과 같은 다양한 학문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수학의 일부분과 의생물학 계열을 지원하더라도 화학이나 생물학적 교과과정을 거치지 않고 해당과에 합격해 대학교 1학년부터 중학생 수준의 배움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소모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는 당연히 연구에 대한 효율적인 부분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기도 하고 융합적인 부분을 지원한다는 것은 국내 연구비를 제공하여 2~3년 내에 연구를 끝내야 하는 상황 상 거의 불가능하기도 하다. 또한 병의 치료와 같이 장기간의 연구를 하고 실패하더라도 충분히 연구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명확한 목표가 있는 과제와는 다르게 다각적인 학문의 융합을 통해 결과를 내는 것은 대한민국 연구 환경의 구조상 대기업이 손실을 각오하고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불 수 있다. 
  
그렇다고 융합인재를 키우지 않는다는 건 미래의 먹거리를 포기하는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각 대학마다 학제간 융합인재를 키우는 여러 가지 자금이나 학생들의 대한 교육을 몇 년 전부터 시작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설령 그런 인재를 키운다 하더라도 둘 중에 어느 한쪽을 치우치지 않고 현업에 투입하기에는 10~2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허리가 되는 4~50대의 연구자들의 절대 수는 한국에서는 부족해 각 대학마다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학제간의 교육적인 문제

의생물학 계열의 학생들에게 공학적 지식을 넣을 수 있는 과정을 공부시키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문제는 해가 가면 갈수록 순수하게 생물학이 기반이 되는 학과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이 큰 문제이다. 즉 생물학 자체도 생물학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 화학이랑 과목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두 개의 과가 통폐합되는 대학도 상당부분 존재한다. 이렇기에 적어도 아두이노나 파이썬의 기본적인 교육정도는 해야 하지만 이것 역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4년제 공대를 졸업한 학생들 중에 회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기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3학년 말, 4학년 정도이고 컴퓨터 공학과에서 학부과정에서 쓸모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할 정도면 이미 대기업에서 모셔갈 정도이다. 따라서 공대생에게 기초 생물학을 가르치거나 의생물학과 학생에게 코딩을 배우라고 하는 건 기초가 부실한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전공도 따라잡기 힘든 상황에서 전혀 다른 전공을 배우는 것은 교육 수준 자체가 부실해질 위험성도 존재한다.

그래서 그나마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의대과정에 융합과정을 넣는 것이 바람직 하긴 하겠지만 이 또한 융합과정 자체가 워낙 방대한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과정자체가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 제안할 수 있는 방법은 의료장비 클러스터 형식으로 대학마다 전문적인 분야를 따로 만들어서 6년제 교육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그나마 괜찮은 해결방안이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자유로운 융합 인재를 키우기는 어렵고 그 기준에 맞는 특정 분야에만 집중될 가능성 역시 발생한다. 

▲의생물학 계열의 학생들에게 공학적 지식을 넣을 수 있는 과정을 공부시키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문제는 해가 가면 갈수록 순수하게 생물학이 기반이 되는 학과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이 큰 문제이다. (사진/픽사베이)
▲의생물학 계열의 학생들에게 공학적 지식을 넣을 수 있는 과정을 공부시키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문제는 해가 가면 갈수록 순수하게 생물학이 기반이 되는 학과가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이 큰 문제이다. (사진/픽사베이)

쉽지 않은 해결점

어떻게 되면 이미 의생물학과 공학의 융합 인재를 키운다는 건 한국 사회에서 힘든 상황이긴 하고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 만든 과학고 학생들이 의대로 진로를 편중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하겠지만 아마도 미국이나 유럽식으로 직업의 대한 유연성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한국사회에서 원하는 인재는 나타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중, 고등학교부터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접하고 과학의 원리에 대해 외우는 것이 아닌 의미를 알 수 있는 교육으로 발전되지 않는 한 더욱더 키우기가 힘들 것이다. 어릴 때 다양한 과학적 원리를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성인이 자라 대학에서 특정분야만 학습하면 그 외의 분야를 접근하는 데 훨씬 어렵기 때문에 대학교 졸업 후 배우지 않은 분야를 융합하는 인재는 기대하기 쉽지 않다.

김 위 겸임교수 yesteria@ajou.ac.kr

김 위 겸임교수

현 아주대학교 의용공학과 겸임교수
전 대우전자 미주법인 자문위원
University of Calgary 의과대학 석사
York University 생물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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