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①“전세계의 땅이 탄다” 역대급 가뭄에 기록적 폭우
[이상기후] ①“전세계의 땅이 탄다” 역대급 가뭄에 기록적 폭우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4.09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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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보고서 통해 기상 가뭄, 홍수 집중 분석
2022, 역대 가장 많이 발생한 남부지방 기상가뭄
중부지방에 집중된 장맛비와 8월 집중호우 ‘주목’
400년에 한 번 발생하던 기록적 가뭄, 20년으로 줄어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한파, 폭설, 가뭄,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의 출현이 잦아지며 전세계가 이상기후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많은 국내외 기관들이 지구 기후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적도 동태평양 엘리뇨·라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를 감시하고, 나아가 북극진동, 제트기류, 계절몬순 등 우리나라 기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분석하고 있지만, 다가 올 이상기후는 예측하기 힘들다. 최근 기상청에서 발표한 ‘2022 이상기후 보고서’를 중심으로 국내 이상기후 사례, 전세계에 경각심을 울리는 이상기후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전세계적으로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역대 최장 가뭄

지난해 우리나라는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역대 최장(最長) 가뭄, 열대야와 태풍이 번갈아 찾아오는 극단적인 이상 기후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상청은 “한반도가 기후 위기에 진입했다”며 위기를 밝혔다. 지난 3월 3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기상청이 발표한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는 지난해 벌어진 이상 고온, 집중호우, 태풍, 가뭄 등 여러 이상 기후와 그에 따른 피해 현황을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평균기온은 12.9℃로(평년 12.5℃) 1973년 이후 아홉 번째로 높았으며, 연평균 누적 강수량은 1,150.4mm로 평년 1,193.2~1,444.0mm) 대비 86.7%로 적었다. 역대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16년으로 13.4℃이다. 보고서는 특히 중부지방에 집중된 장맛비와 8월 집중호우 그리고 1974년 이후 가장 많은 기상 가뭄이 발생한 남부지방에 주목했다.

(사진/픽사베이)
(위) 6월 강수량 일변 시계열과 6월 29일~30일 누적강수량(mm)분포도
(아래) 8월 강수량 일별 시계열과 8월 8일~11일 누적강수량(mm)분포도
(사진/ 기상청 ‘2022 이상기후 보고서’ 발췌)

비현실적 집중호우로 8명 사망

6월 하순과 8월 상순 후반에 정체전선이 주로 중부지방에 위치하며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강수가 집중되었다. 특히 장마철에 접어든 6월 29일~30일과 장마철 종류 후인 8월 8일~11일은 남북으로 폭이 좁고 강하게 발달한 비구름대가 서울, 경기도와 충남 북부, 강원 영서 지역에 영향을 주면서 강풍과 함께 집중호우가 내렸다.

6월 30일에는 경기 남부와 북부인 수원 285.0mm, 동두천 219.9mm 등에서 일강수량 200mm내외를 기록하며 6월 일강수량 최대 극값을 경신하기도 했다. 또 8월 8일에서 11일 사이 중부지방에 정체전선이 머물러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4일간 누적 강수량이 600mm를 초과했고 8월 평년강수량(282.6mm)의 2배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8월 8일에는 서울 남부지역 중심으로 시간당 100mm가 넘는 매우 강하고 기록적인 비가 집중되기도 했다.

기상청은 이러한 강수 집중 현상에 대해 우리나라 북서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되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중부지방 부근에서 충돌하면서 정체전선에서 발달한 폭이 좁고 강한 비구름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8월 8일부터 11일 사이 우랄산맥 캄차카반도 부근에 따뜻한 공기가 정체해 우리나라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됐고, 남쪽에서 유입된 덥고 습한 공기와 중부지방 부근에서 만나며 정체전선이 형성됐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이 정체전선이 느리게 이동하면서 남북으로 폭이 좁고 동서로 길게 형성된 강하게 발달한 비구름대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해 집중 호우를 몰고 왔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8월 8일 서울 일대에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8명이 사망하고 1만 대가 넘는 차량이 침수됐다. 8월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총 19명(사망 17명, 실종 2명)의 인명 피해와 3154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409.7ha의 농경지가 유실되고 가축 3만3910마리가 폐사했다.

(사진/픽사베이)
2022년 연강수량, 연평년비 분포도
(사진/ 기상청 ‘2022 이상기후 보고서’ 발췌)

남부지방, 중부지방 3배 가뭄

남부지방의 가뭄 역시 중요한 이상기후 중 하나다. 2022년 기상가뭄은 전국 평균 발생일수는 총 156.8일이지만 남부지방인 전남이 281.3일, 경남이 249.5일, 경북 215.6일, 전북 162.8일 등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장기간 발생했다. 중부지방과 남부지방의 기상가뭄 발생일수는 각각 81.7일과 227.3일로 약 3배까지 차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상청은 이 역시 심각한 이상기후로 꼽았다. 2022년 봄철 우리나라는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맑은 날이 많아 전국적으로 기상가뭄이 발생했다. 여름에는 또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확장해 중부지방은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발달한 정체전선과 저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많은 비가 내렸다. 반면 남부지방은 고기압권 영향 아래 적은 비가 내렸다. 이는 남부지방의 적었던 여름 강수량으로 가뭄이 12월까지 이어지는 원인이 되었다고 보고서는 해석했다.

문제는 올해 역시 이상기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미 호남을 중심으로 남부지역은 올해도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며칠간 단비가 내렸지만 6월 장마철에 비가 내리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실정. 기록에 따르면 전북 김제, 정읍, 부안에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섬진강댐 저수율은 최근 20% 아래로 떨어져 전년 같은 기간(51.6%)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환경부는 극단적인 가뭄 상황에 대비해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댐 ‘밑바닥 물’까지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예상치 못한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잦다. (사진/픽사베이)

20배 이상 잦아진 기록적 폭염

전세계 곳곳에서도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기록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전에는 400년에 한 번 발생하던 기록적인 가뭄이 기후위기로 20년에 한 번씩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말, 국제기후연구단체(World weather attribution, WWA)가 기후위기가 북반구 건조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지난해 여름, 북반구 곳곳에서 가뭄으로 인한 화재, 물 부족, 열사병 등을 경험했으며, 건조한 토양은 식생 분포 및 작물 수확량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6~8월 동안 토양층 내 수분 함량을 측정해 1980년대와 비교했으며 농업 및 생태 가뭄에 초점을 맞춰 6월부터 8월까지 지표면과 식물 뿌리가 분포하는 토양층 내 수분 함량을 측정한 후, 20세기 상황과 비교했다. 그 결과 건조한 토양은 북미·아시아·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폭염이 주요인으로, 강우량의 영향은 적었다. 또한 열대지역을 제외한 북반구 지역의 가뭄 발생은 지구가열화 이전보다 지표층은 5배, 뿌리층은 20배 잦아졌다.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기록적인 폭염은 400년에 1번 정도 발생하지만, 지구 기온 1.2℃ 상승으로 20년에 한 번, 즉 20배 이상 잦아졌다는 결과가 나온다. 연구진은 이 또한 과소평가된 수치이며 기온 상승이 진행될 수록 심각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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