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진단] ‘잠재적 살인’ 음주운전, 절반이 재범
[투데이진단] ‘잠재적 살인’ 음주운전, 절반이 재범
  • 박상미 기자
  • 승인 2023.04.15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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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음주운전 사고, 낮단속 2시간새 55건 적발
음주운전 재범률 매년 증가, 마약보다 심한 중독
운전자 양심 아닌 기술로 금지, 시동잠금장치 관심 

[한국뉴스투데이] 음주운전(飮酒運轉)은 술이나 약물을 음용한 후 정상 상태로 신체가 회복되기 이전에 교통수단을 운전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한민국 현행법 상 도로교통법 제44조에서 규정하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에 해당하며, 더 큰 위험을 야기해 사람을 상해하거나 사망하게 만들 경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상죄로도 가중 처벌되는 범죄 행위이다. 운전대를 잡는 음주운전자로 인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한 사람 나아가 일가족의 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한 범죄, 음주운전에 대해 살펴봤다.<편집자주>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고은초등학교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대낮 음주운전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7주간 대낮 음주 특별 단속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고은초등학교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대낮 음주운전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7주간 대낮 음주 특별 단속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잇단 음주운전 사고로 안타까운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대전 서구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9살 초등생이 사망한 소식이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 및 정부의 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다. 

대낮 음주운전, 2시간 새 55건
정부는 최근 반복되는 대낮 시간 음주운전 방지를 위해 전국적으로 특별 단속을 7주간 실시한다. 이번 특별 단속은 지난 8일 대전 둔산동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9살 배승아 양이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하는 등 최근 반복되는 대낮 시간 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조치에서 시행됐다. 14일 실시한 낮 시간대 음주운전 단속에는 55건이 적발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전국 431개소에서 교통경찰 1,642명을 투입해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2시간 동안 총 단속 건수는 55건으로, 이중 면허정지는 36건, 면허취소는 13건이다.


음주운전 단속은 주로 저녁 음주 후 귀갓길에 운전대를 잡는 운전자를 적발하기 위하여 밤 시간 행해진다. 이번 낮시간 단속 건수는 음주운전 단속이 없는 시간을 노려 낮시간에 음주를 하고 운전을 하는 사람이 상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 7일까지 전체 음주운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3,27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5건 줄었지만, 주간 시간대(아침6시~오후6시) 음주운전 사고는 808건에서 1,351건으로 543건 증가했다.

경찰은 음주운전 방지를 위해 단속에 집중할 계획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음주 가해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아울러, 검찰과 협의를 통해 법에서 정한 최고의 형량으로 처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야간은 물론 주간에도 불시에 음주 단속을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다음 달 31일까지 7주간 특별단속기간을 운영하며 매주 전국 일제단속 1회, 시도경찰청별 일제단속은 2회 이상 실시할 계획이다. 어린이 보호구역 방호울타리 설치를 도로교통법으로 격상해 규정하는 방호울타리 설치 법제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재범, 상습범 허다해
음주운전은 운전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음주운전 단속 건수 중 재범으로 단속된 비율이 44.6%에 달했다. 이 중 상습음주운전을 한 건수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는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적발된 상습 음주운전자(2회 이상 적발) 74%가 10년 이내 재범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이내의 상습 음주운전 재범률도 45%에 달했다. 이는 마약류 사범 재범률(36.6%)보다도 훨신 웃도는 수치다. 음주운전은 운전자가 과거 적발된 경험이 있음에도 ‘이번만 피하면’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는 점에서 마약중독과 다를 바 없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음주운전 재범률이 높은 것은 처벌이 약해서라기보다는 운이 좋으면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등 처벌의 확실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뒤에야 차에 시동을 걸 수 있게 하는 음주운전 방지 장치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동승자의 책임을 강화하거나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불승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등 방식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9살 초등학생을 추모하기 위한 쪽지가 꽃과 함께 놓여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9살 초등학생을 추모하기 위한 쪽지가 꽃과 함께 놓여있다. (사진/뉴시스)

운전자 양심보단 기술
음주운전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음주 상태에서는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음주를 한 상태의 운전자가 본인이 운전을 하지 않는 상식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음주운전 재범률과 상습음주운전자 현황을 살펴보면 ‘상식’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 상황이다. 운전자의 자의적 판단보다는 강제성을 띈 조치와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술혁신의 시대인만큼 음주운전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개발되어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차량 시동을 걸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은 세계적으로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미 개발돼 있다.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시동잠금장치'는 운전자가 출발 전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해 음주 유무를 확인한 뒤에 차에 시동이 걸리는 시스템을 말한다. 또 운행 중간에도 알코올 농도를 계속 측정해야 주행이 가능하다. 출발 시 누군가 대신 측정해 시동을 걸어준 뒤 술을 마신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시동잠금장치’ 의무화가 국내에서 시행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려움이 많다. 업계에서는 현재 국내에서는 관련 법령 미비로 인해 시동잠금장치가 상용화될 경우 권리침해 소지 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어떤 차량에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할 것인지를 관련 법령에서 규정하지 않는 이상 완성차 업체에서 임의로 특정 차량 혹은 모든 차량에 이를 설치하기 쉽지 않다. 

소비자의 선택으로 차량 구입시 옵션에 추가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지만, 업계의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다. 국내 주요 완성차업체와 부품사들은 현재로선 시동잠금장치 기술 추가 개발이나 도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가 나서 시동잠금장치를 전면 도입하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미 기자 mii_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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