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이상한 국민 눈높이 공천
여야, 이상한 국민 눈높이 공천
  • 김재석
  • 승인 2012.03.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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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바보로 아는 정치권 행태

4.11 총선을 앞두고 22일부터 공식 후보 등록이 시작됐지만 아직까지도 공천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공천 사례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김성식, 정태근 의원이 낡은 정치를 바꾸겠다며 탈당했다. 곧바로 무소속 출마를 선언 했다. 이상한 건 두 의원이 제 발로 걸어 나갔는데도 제1당인 새누리당이 유독 서울의 두 지역에만 후보를 내지 않았다. 때문에 야당에서는 두 의원이 사실상 '무소속의 탈을 쓴 새누리당의 후보'이고 '혁신 탈당'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해명은 이 지역 무공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의 해석에 맡긴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무공천으로 이번 총선에서 보수 대 진보 양강 구도가 짜여 졌고 보수 진영의 표는 분산 위기를 벗어났다.

서울 노원갑은 나꼼수 진행자 김용민씨가 전략 공천됐다. 정봉주 전 의원이 옥중에서 김용민 씨를 자신의 전 지역구에 공천해줄 것을 민주통합당에 요청했고, 당도 아무런 지역 연고가 없는 김 후보를 노원갑에 전략 공천했다. 이에 대해 "노원갑이 정 전 의원의 자치구냐"는 비난이 일 수 밖에 없다.

민주통합당이 임종석 전 사무총장이 후보를 사퇴한 서울 성동을에 임 전 총장의 친구인 홍익표 교수를 공천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홍 교수는 임 전 의원과 같은 대학 학생회 출신으로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 왔다. 문제는 이런 지인 공천이 자신이 출마가 어려우니 잠시 지역구 관리를 부탁하는 이른바 '바지 사장 공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해마다 반복되는 지역구 사유화 논란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 준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여야의 꼼수 공천이 얽히고설킨 충북 보은·옥천·영동은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기도 한데, 새누리당은 친박 성향의 대한전문건설협회 박덕흠 씨를 전략 공천했다. 박 씨는 박근혜 위원장 지지 모임인 '박사모' 상임 고문을 맡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5선을 지낸 이용희 의원의 아들 재한 씨를 공천했다. 이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해 자유선진당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최근 민주당에 재입당한 뒤, 다시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는 '신공'을 발휘했다.

겉으로는 정치 신인 간의 대결이지만 속으로는 '박근혜 후광'과 '이용희 영향력'을 노린 여야 꼼수 공천의 결정판이다. 이러다 보니 날카로운 비판을 하던 여야도 이 지역구에 대해서만 유독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국민 눈높이 공천'을 했다고 말하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 눈은 따갑기만 하다.

김재석 khs4096@korea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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