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성의 시대” 헝거 마케팅이 뜬다
“희소성의 시대” 헝거 마케팅이 뜬다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2.08.3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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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풀고 고객을 ‘배고픔’ 상태로 만드는 ‘헝거 마케팅’ 인기
구매욕구 자극하고 재고 관리 효율적…기업들 “안 할 이유 없다”
포켓몬빵 이어 원소주, 샤넬 등 명품 업계도 마케팅 타고 ‘오픈런’

[한국뉴스투데이] ‘품절 대란’에 열광하는 시대가 왔다. 바로 의식적으로 잠재 고객을 ‘배고픔’ 상태로 만드는 ‘헝거 마케팅(Hunger Marketing)’이다.

(사진/뉴시스)
명품 매장 오픈을 기다리며 밤새 대기줄을 선 사람들 (사진/뉴시스)

한정된 물량만 판매

헝거 마케팅은 말 그대로 한정된 물량만 판매해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높이거나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시장에서 수요보다 적은 공급을 제공해 언제나 상품 부족 상태를 고의로 유지하는 상황을 말한다.

헝거 마케팅은 희소가치를 내세워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할 수 있고 생산 물량을 제한함으로써 효율적인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구미를 당긴다. 또 신제품을 출시할 경우 시장반응 확인을 위한 테스트 베드로도 유용하게 사용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다.

다만 소비자가 제품을 곧바로 구매할 수 었어 시기를 놓치게 되면 불편함을 느끼고 이는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또 기존 제품과 차별하지 않으면 구매 가치가 단번에 떨어진다는 점, 한정판이 쏟아져 나오면 ‘한정판’이 식상해 진다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개수‧기간‧공간 한정으로 활용

기업들은 헝거 마케팅을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나눠 이용한다. 가장 편리하고 대중적인 방법은 개수 한정이다.

최근 ‘품절 대란’을 일으킨 ‘포켓몬 빵’은 일정 시간 매장에 일정 수량의 포켓몬 빵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소비자들은 앱을 통해 남은 수량을 확인하고 포켓몬 빵을 구하면 저마다 SNS를 통해 인증했다. 편의점들은 한동안 문 앞에 ‘포켓몬 빵 없음’을 걸어두어야 할 정도였다.

두 번째는 기간 한정이다. 대표적인 방법이 스타벅스가 매 시즌마다 판매하는 굿즈다. 출시 이전부터 온라인에서 화제되는 스타벅스 굿즈는 일정 기간 안에 커피를 소비해 쿠폰을 모으면 굿즈를 살 수 있는 조건을 얻는다.

이후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굿즈를 갖기 위해 소비자들은 오픈런을 하거나 먹지 않을 음료를 한 번에 수백 잔씩 구매하기도 했다. 기간이 지나면 해당 굿즈는 더 이상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어느 해 어느 시즌에 나온 굿즈”로 소위 ‘소장각’을 더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공간 한정이다. 최근 가수 박재범이 출시한 원소주는 한동안 지정된 GS편의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어 판매했다. 원소주를 구매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비자들이 GS편의점 앞에서 줄을 서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가구 브랜드 시몬스에서 오픈한 청담동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이천이나 부산 등 지역 상인들과 협업해 제작한 한정판 굿즈를 판매했다. 이 곳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유도한 대표적인 헝거 마케팅이다.

(사진/뉴시스)
헝거 마케팅은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한정판' 마케팅이다. (사진/뉴시스)

‘오픈런’ 가져온 마케팅 효과

헝거 마케팅은 대부분 오픈런으로 이어진다. 오픈런은 오픈(open)과 런(run)의 합성어로 가게가 문을 열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려와 줄을 서는 현상을 의미한다. 헝거 마케팅과 맞물려 인증샷이 이어지며 하나의 유행으로 떠올랐다.

최근 젊은 층의 위스키 열풍이 편의점 오픈런으로 이어진 것은 이 현상을 대표적으로 방증한다. 지난 8월 22일, GS25의 전국 18개 주류 특화 점포 ‘플래닛’에 ‘발베니’ ‘글렌피딕’ ‘러셀리저브 싱글배럴’ 등 인기 위스키를 한정 판매한다는 소문을 듣고 위스키 마니아가 몰렸다. 이 날 발베니 등 인기 상품은 판매를 시작한 지 한 시간 만에 완판됐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9~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오픈런을 경험해본 인구는 47.4%에 달했다.

오픈런을 체험해본 장소는 주로 식당이나 음식점(22.7%, 중복응답), 놀이공원·테마파크(21.7%), 카페나 베이커리(15.7%) 순이다. 이들은 오픈런에 평균적으로 30분~1시간 정도를 소모했으며 의류·신발 매장이나 팝업 스토어, 편집숍의 경우 상대적으로 대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유통업계가 헝거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유도한다. (사진/뉴시스)

주류업계‧명품 업계 적극적

이처럼 희소성을 극대로 끌어올린 ‘헝거 마케팅’이 급물살을 타며 다양한 기업들이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헝거 마케팅에 열을 올린다.

하이트진로는 9월부터 ‘크로넨버그1664블랑 리미티드 에디션’을 한정 출시한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만을 위해 특별히 선보이는 크로넨버그1664블랑의 스페셜 패키지로 지난 6월부터 방영 중인 글로벌 TV 광고에 등장하는 4명의 캐릭터를 활용해 제작했다. 4명의 캐릭터를 각각의 패키지에 디자인했고 에펠탑과 개선문 등 파리를 상징하는 배경도 넣어 프랑스 감성을 강화했다.

샤넬은 ‘오픈런’이란 신조어를 탄생하게 한 헝거 마케팅의 대표 기업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보복 소비심리와 리셀 테크 유행이 더해져 명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8월에는 올해 들어 주요 제품 가격을 세 번째로 인상했지만 오픈 전부터 매장 앞에 길게 늘어진 줄은 아직도 줄지 않고 있다. 최근 샤넬은 9월 1일부터 또한번 리미티드 아이 컬렉션 ‘레 꺄트르 옹브르 트위드’를 출시하기로 발표했다.

지난 5월 오픈한 서울에서 최초로 팝업 레스토랑을 진행하며 사전 예약 직후 마감 기록을 찍은 루이 비통도 또 한번 헝거 마케팅을 예고했다. 최근 루이 비통은 9월 중 또 한번의 팝업 레스토랑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을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메종 서울 4층에 들어설 '알랭 파사르 at 루이 비통'은 채소를 가꾸는 정원 테마로 꾸며질 예정이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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