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에너지’ 핵융합, 기후 위기 영웅되나?
‘꿈의 에너지’ 핵융합, 기후 위기 영웅되나?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04.06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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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 핵융합 성공 선언
1950년대 이후 가장 높은 효율 달성
상용화 시점 불확실 하지만 언젠가는?
(사진/뉴시스)
 LLNL은 핵융합 성공을 발표했다. (사진/LLNL)

“순에너지 얻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에너지부는 세계 최초로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에너지부의 제니퍼 그랜홈 장관은 “미국 과학자들이 별과 태양에서만 발견되는 것과 같은 방식의 핵융합 재연에 성공했다”며 “이 같은 획기적인 사건을 통해 우리는 탄소배출 없이 풍부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핵융합 발전의 가능성에 한 단계 더 가까이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는 ‘꿈의 청정에너지’로 여겨지는 핵융합발전을 위한 기초실험에서 연료를 가열한 에너지보다 생산한 에너지가 더 많은 지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순(純) 에너지(net energy gain)’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것인데, 순 에너지란 에너지를 만드는 데 소모한 에너지보다 얻은 에너지가 많다는 의미다. 핵융합 연구가 시작된 1950년대 이후 가장 높은 효율을 달성했기에 과학적으로 큰 성과다.

미국에 따르면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내 핵융합 연구 시설인 국립점화시설(NIF)에서 진행된 핵융합 반응 실험에서 2.05메가줄(MJ)의 에너지를 투입해 3.15MJ의 열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약 54%의 에너지 마진을 남긴 것이고, 1.1MJ의 순 에너지를 온전히 전력 생산에 쓸 수 있게 된다.

(사진 / NNLN)
(사진 / LLNL)

기후변화 타개할 궁극적 해결책?

그동안 전세계 과학자들은 핵융합을 두고 단순 에너지원을 넘어서 기후변화 위기를 타개할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내어놓았다.

지난해 초, 블룸버그통신은 핵융합이 상용화하면 탄소 배출 저감은 물론 궁극적으로 환경과 관련한 긍정적인 연쇄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학 경제학 교수를 인용하며 “값싸고 깨끗한 전력원은 다른 원천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핵융합이 제트기를 조종하는 데 직접 쓰일 수는 없지만,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비행기에 필요한 그린수소 생산에 사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연쇄 반응으로 저렴하면서도 깨끗한 에너지를 경제 전반에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핵융합은 전 세계 모든 석탄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빌 게이츠와 조지 소로스 등에게 투자를 받은 미국 핵융합 스타트업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의 밥 멈가드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궁극적인 목표는 거의 모든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1만 개의 200메가와트(MW) 핵융합 발전소를 전 세계에 건설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꽤 보수적인 과학자 집단이지만, 자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또 해수 담수화를 예로 들며, 해수 담수화에 막대한 전기를 필요로 하는 데 핵융합이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관련 비용이 저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만큼 많은 지역이 훨씬 더 푸르게 되고 사람들은 더 많은 소를 길러서 더 많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

이 소들이 훨씬 더 많은 메탄을 대기 중으로 방출해 기후변화를 악화시킬 수도 있지만, 에너지 비용이 저렴해져 공기 중에서 메탄이나 이산화탄소 가스를 포집하는 기술이 실현 가능해지고 저렴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사진/뉴시스)
이종호(오른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월 23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제18차 국가핵융합위원회' 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핵융합에너지 기반 마련 박차

핵융합에 기대를 거는 것은 해외뿐만 아니다. 우리 정부는 올 초부터 ‘핵융합 전력생산 실증로 기본 개념’을 확정하고 단계적 설계와 로드맵 마련 등 본격적인 핵융합에너지 실증 준비에 돌입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의 유석재 원장은 지난달 연구원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KFE 2050 비전선포식'에서 “핵융합 연구를 시작한지 27년, 향후 27년 후에는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석재 원장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성남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열린 제206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에서도 미래사회에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며 핵융합을 미래 대체 에너지원으로 손꼽았다.

유 원장은 “핵융합반응을 이용하면 바닷물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며 “탄소배출이 없어야 하고 자원의 제약이 있어서도 안 된다는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에너지”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이어 "핵융합에너지를 실현하려면 플라즈마 제어, 핵융합 연료 시스템 등 기초과학이라는 탄탄한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2035~2038년 사이 책융합 연쇄반응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때가 핵융합에너지 개발의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 / NNLN)
(사진 / LLNL)

실제 발전기 연결과 효율성 더 따져야

하지만 아직까지 핵융합이 갈 길은 멀어보인다. LLNL 산하 NIF(National Ignition Facility) 소속 연구진은 레이저 192개를 이용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발생시킨 것과 관련해 레이저를 실제 구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300MJ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실제 핵융합에 쓰인 에너지는 훨씬 많다. 또한 아직은 실제 발전기에 연결한 것이 아닌 측정치라는 것도 사실이다.

옥스포드대 물리학 교수 저스틴 와크(Justin Wark)는 "(이번 실험은) 큰 진전이지만, 더 많은 진전이 필요하다. 먼저 레이저를 생성할 때 손실을 설명하려면 훨씬 더 많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앤드류 스터치버리(Andrew Stuchbery) 호주 물리학연구소(Australian Institute of Physics Congress) 교수는 미국의 핵융합과 관련해 “실험이 수행된 시설에서 에너지는 단일한 파동, 즉 ‘순간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발전원으로 실현가능하려면 이런 파동을 반복하고 방출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영국 케임브리지대(Tony Roulstone) 원자력과 전임강사 토니 룰스톤은 미국의 실험에 대해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기생산에 필요한 실제 에너지 손익분기점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레이저를 쏘기 위해 실제 쓴 에너지는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그는 밝혔다. 토니는 “레이저에 들어간 에너지의 2배는 이득을 얻어야 한다. 열이 전기로 변화될 때도 에너지를 잃기 때문이다. 따라서 NIF의 실험 결과는 ‘과학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유용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제공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말을 이었다.

상용화 시점도 불확실성이 크다. 일각에선 20년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핵융합 발전이 점차 널리 사용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당장 우리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지혜 기자 2jh06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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