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Climateflation)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나 극한 날씨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식료품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직간접적 경제적 비용이 상승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이어지면서 커피와 카카오, 설탕, 올리브유 등의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우리나라 역시 계절 과일, 김장철 채소, 우리 식탁 위의 친숙한 식재료까지 귀하신 몸이 되는 모양새다. 달라진 식탁, 식량 위기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 주> 

▲커피는 이상 기후의 직격탄을 맞은 식재료다. 지난해만 해도 커피 원두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사진/뉴시스)
▲커피는 이상 기후의 직격탄을 맞은 식재료다. 지난해만 해도 커피 원두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커피 소비가 많은 국가이다. 속도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와 '커피=카페인=집중 향상'이라는 공식과 맞물리면서 한국인이 커피를 자주 접한다는 해석이다. 업무 효율을 차치하고도 식후 공식과 같이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는 커피는 머지않아 사라질 위기에 놓은 음식 중 하나이다. 

커피의 위기
2050년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해이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달성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상황이 되었다. 기후변화의 나비효과 중 먹거리 문제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다. 먹거리 위기를 다룬 도서 '내일은 못 먹을지도 몰라'(시어도어 C.듀머스 지음)에 따르면 2050년 멸종 위기에 처한 먹거리는 총 13종이다. 사과, 아보카도, 바나나, 보리, 체리, 병아리콩, 초콜릿, 커피, 생선, 꿀, 땅콩, 감자, 포도 등 총 13가지 식품을 예로 들어 기후변화가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커피는 이상 기후의 직격탄을 맞은 식재료다. 지난해만 해도 커피 원두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원두 가격 폭등의 원인은 이상 기후로 인한 생산량 감소이다. 이상 기후의 원인은 엘니뇨다. 엘니뇨는 미국 남부와 멕시코 지역은 강우량이 늘고, 미 북부와 캐나다, 아시아에는 가뭄을 불러온다. 이 때문에 커피 최대 산지인 브라질, 로부스터 원두의 주 산지인 베트남 등 주요 커피 생산국의 이상 기후가 커피 농장에 타격을 주었다. 특히 브라질의 유례없는 가뭄으로 원두 수확량이 금감한 것이 원두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앞으로 커피 생산량이 줄어들고 소비량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특히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75%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는 온도와 강수량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라비카 원두를 재배하기 좋은 기후 조건은 20~25℃ 사이인데 최근 몇 년 사이 이런 적정 환경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줄줄이 가격 인상
커피 프랜차이즈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와 올해 세 차례에 걸쳐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8월에는 국민대표 음료로 꼽히는 아메리카노 그란데·벤티 사이즈 가격을 각각 300원과 600원씩 올렸다. 같은 해 11월에는 블렌디드 음료 등 11종의 톨 사이즈 가격을 200원 인상했다. 특히 7000원대 가격에 머물렀던 토피넛 라떼의 경우, 그란데와 벤티 사이즈가 각각 500원, 800원씩 오르면서 앞자리가 바뀌었다.

고객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가격을 유지했던 아메리카노도 결국 가격이 인상됐다. 지난해 8월 일부 품목 가격 인상 당시 4500원이었던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는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가격이 200원 인상되어 4700원이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커피가 아닌 커피 캡슐, 인스턴트커피 등도 가격을 올렸다. 네스프레소는 올해부터 국내에서 판매 중인 커피 캡슐 37종의 가격을 최대 11.6% 인상했으며, 동서식품도 지난해 11월 인스턴트커피·커피믹스·커피음료 등의 출고 가격을 평균 8.9% 올렸다.

커피 가격의 인상은 물류, 인건비의 영향도 있지만 원 재료인 원두의 가격 급등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식용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1톤(t)당 7049달러(한화 약 1029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85.4% 상승했다. 가공용 로부스타 원두 역시 같은 기간 95.9% 오른 4875달러(약 712만원)를 기록했다. 업계는 원두 생산량이 회복되고 가격이 안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과 기상이변 등 외부 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 문제는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정부는 커피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소비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주요 원자재에 대한 시장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기후변화로 타격을 입고 있는 각 업계와 소통을 강화해 애로사항을 찾아 해결 방안을 최대한 모색할 것"이라며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이어지면서 커피와 카카오, 설탕, 올리브유 등의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사진/픽사베이)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이어지면서 커피와 카카오, 설탕, 올리브유 등의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사진/픽사베이)

사라질 바나나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는 것은 커피만이 아니다. 초콜릿은 원료인 카카오의 수급 문제로 사라질 위기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는 총 생산량의 절반 정도가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 두 나라 모두 2050년까지 기온이 약 2.3도 상승하면 카카오 생산에 어려움이 있을 전망이다. '국제열대농업센터'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카카오 생산량이 줄고, 초콜릿 가격이 급상승할 전망이다.

기후 변화로 피해를 보고 있는 대표적인 동물인 꿀벌이 생산하는 꿀 역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식재료다. 기후 변화로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꿀벌이 꿀을 모을 수 있는 시기가 단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후 변화로 생식기능이 변화하면서 개화 시기와 엇갈려 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기온 상승으로 토질의 상황이 달라지면서, 지열의 영향을 받는 감자, 땅콩 등의 작황도 위기다. 감자는 기온이 상승하면 구멍이 생기는 등 생장에 문제가 생기는데 이미 국내 생산량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재배 조건이 까다로운 작물 중 하나인 땅콩은 가뭄이 오면 땅콩 줄기가 말라붙고 독성 곰팡이가 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땅콩의 주산지인 미국 남서부가 심각한 가뭄에 시달려 수확량이 감소하자 땅콩 가격이 40% 상승하기도 했다.

기온 상승은 바나나의 생장에도 치명적이다. 기온이 오르면 파나마병을 유발하는 곰팡이 '푸사리움 윌트 TR4'가 확산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파나마병에 걸린 바나나는 뿌리가 썩어 죽게 되는데 바나나끼리는 유전자가 비슷하기 때문에 전염에 취약하다. 한 바나나가 파나마 병에 걸리면 근처 모든 바나나에 병에 걸릴 수 있게 된다.

달라질 식탁 풍경
기후 변화로 인한 식재료의 고갈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종자의 개발로 위기를 극복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종자 전문 매체 시드 월드(Seed World)에 따르면 유전자 편집 기술인 유전자가위가 커피 산업에 도입되어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세계인의 기호 식품인 커피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병충해 저항성을 강화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하면 커피의 새로운 품종을 육성하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통해 커피나무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수확량을 높이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커피 생산업체들은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커피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커피 가격의 인상은 물류, 인건비의 영향도 있지만 원 재료인 원두의 가격 급등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사진/픽사베이)
▲커피 가격의 인상은 물류, 인건비의 영향도 있지만 원 재료인 원두의 가격 급등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사진/픽사베이)

시드 월드는 "유전자 변형을 통해 개발된 커피 품종은 병충해와 기후 변화에 더 강한 저항성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전 세계 커피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소규모 농가들이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커피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농민들의 생계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커피 산업 전반에 걸쳐 유전자가위 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향후 커피 생산 및 유통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커피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