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격제어 앱 깔게 한 뒤 대출...신종 보이스피싱 피해 지속
- 스토킹처벌법 이후 신고 급증...인력·예산 등 갈 길 먼 해결
- n번방 방지법 둘러싼 논란, 디지털 성범죄 심각성 잊었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바이러스가 올해까지 이어진 가운데 2021년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 위드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까지 여전한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서 코로나를 뒤덮은 각종 이슈가 발생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됐고 2030세대의 표심을 두고 정치권의 촉각은 곤두섰다. LH사태로 시작된 부동산 시장의 불안감과 영끌‧빚투 논란을 빚은 비트코인은 우리 경제를 흔들었다. 갈수록 강력해지는 디지털 범죄에 대한 우려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미비하는 지적도 여전하다. 반면 올림픽 영웅들과 bts가 이른 문화적 쾌거는 잠시나마 코로나를 잊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에 한국뉴스투데이는 ‘2021년 10大 키워드’를 선정해 저물어가는 2021년을 정리해봤다. <편집자주> |
[한국뉴스투데이] 올해는 원격제어 등 새로운 수법의 보이스피싱, 스토킹범죄처벌법 신설에도 잇따른 스토킹범죄, 사전 검열 오해를 사 논란의 중심이 된 n번방 방지법까지 각종 디지털 범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됐다.
원격제어·기관사칭·자녀사칭...보이스피싱 기승
보이스피싱은 매년 기승을 부리는 대표적인 디지털 범죄로 매해 그 방법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올해는 팀뷰어와 같은 원격제어 앱을 활용하는 등 전례 없는 방식이 등장했다. 팀뷰어는 원격제어 및 화면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휴대폰과 PC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앱 자체로는 불법이 아닌 만큼 경찰 측에서 차단하기 어려워 예방도 어렵다. 보이스피싱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에게 ‘휴대전화 또는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있는지 검사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게 했다.
특히 자녀를 사칭하는 유형의 피싱이 크게 늘었다. 금감원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A씨는 모르는 전화번호로 “엄마, 내 폰이 고장나서 수리 맡겼어”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이에 A씨는 가해자를 딸이라 생각하고 “휴대폰이 고장나 환불받지 못하고 있으니 신분증 사진,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요청에 응했다.
전화를 가로채는 악성앱 피싱도 크게 늘었다. 피해자가 피싱 연락을 받고 확인차 사칭 대상인 지인이나 정부 기관에 전화를 걸었을 때 수신·발신을 가로채 피싱 조직에 연결되게 하는 신종 수법이다. 피해자가 스스로 재확인을 거친 만큼 피싱 조직을 신뢰하게 돼 피해액이 커 문제가 됐다.
다만 보이스피싱의 전체 피해액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 271억원이었던 기관사칭형 피해액은 올해 상반기 63억원으로, 751억원이었던 대출빙자형 피해액은 31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도 19년 4367억원, 지난해 2353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845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감소해왔다.
반면 메신저를 이용한 피싱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전체 보이스피싱 가운데 메신저피싱은 55.1%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46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65%늘어난 셈이다. 특히 자녀를 사칭하는 방식이 유행하면서, 메신저피싱 피해액 중 50대 이상 연령층에서의 발생이 93.9%를 차지했다.
이에 경찰은 공공기관에선 전화로 금융·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으며, 앱을 깔도록 하거나 현금 출금·이체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 그러한 전화를 받으면 우선 끊은 뒤 대표번호를 조회해보는 등 기본적인 예방법을 홍보·교육하곤 있지만, 새로운 피싱 수법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만큼 완전한 진화는 쉽지 않은 상태다.
스토킹처벌법 그 이후
보이스피싱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접촉이 늘며 덩달아 증가한 디지털 범죄로 스토킹이 있다. 지난 10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실효성 있는 처벌이 가능해지자 신고량은 4배 증가해 하루 105건 이상 접수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최소 55% 증가한 수치다.
스토킹범죄의 발생과 신고 건수 모두 늘어난 데 비해 스토킹을 심각한 범죄로 보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은 최근이다. 단지 집 근처를 서성이거나, 원하지 않는 연락을 지속하는 등 스토킹 그 자체로는 그리 무거운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은 만연했다. 물리적인 접촉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연락 등 심리적인 압박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한몫 했다.
스토킹 범죄는 대개 ▲피해자의 동의 없이 혹은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발생하고 ▲단기적·일시적이기보다는 장기적·반복적이며 ▲피해자의 일상 전반을 감시하고 통제하려 해 공포를 유발하고 ▲지속해서 거절될 경우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성격을 가진다.
그럼에도 그 심각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아 스토킹처벌법이 최초 발의된 1999년 이후 22년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령 법사위는 지난 2016년 스토킹처벌법에 관한 검토 보고서에서 “스토킹은 단순 애정 표현이나 구애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부결 사유 중 하나로 꼽았다. 스토킹을 개인 간의 사적인 일 정도로 취급해 범죄로 보지 않는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근 스토킹이 성폭력·폭행·살인 등으로 이어진 사건들이 꾸준히 발생하면서, 스토킹 범죄를 일종의 예고된 강력범죄로 보고 심각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공감대를 얻었다.
특히 올해는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를 스토킹하다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찾아가 피해자와 피해자 어머니, 피해자 여동생까지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 전여자친구를 꾸준히 스토킹하다가 끝내 집에 찾아가 살해한 김병찬 등 스토킹 후 살인 사건이 잇따라 벌어져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경찰은 해당 사건 이후로 스토킹범죄 대응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위험경보판단회의를 통해 스토킹 사건을 주의·위기·심각으로 단계를 나눠 대응하는 등 개선책을 내놨다. 또 지구대에서의 진술서 작성 등 초동 단계에서도 진술에 구체성이 있다면 입건 시점을 앞당기고 피의자 체포·구속을 서두르는 등 스토킹 범죄를 초기에 적극적으로 제어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스토킹범죄처벌법에 허점도 많아 보완해야 할 점 역시 많다는 지적이다. 스토킹범죄의 특성상 피해자의 신고가 가해자의 보복심을 키우는 경향이 있고 이는 낮은 신고율의 원인이 돼왔다. 그럼에도 반의사불벌 조항이 포함돼있어 가해자의 범죄 혐의에도 피해자의 보복 우려로 인해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외에도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음에도 피해자에 접근해 살해한 김병찬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전자감지장치로 가해자의 위치를 감시하는 등 피해자 지원에 앞서 가해자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에 최소 장치, ‘n번방 방지법’
올해는 지난해 충격적인 범행으로 디지털 범죄에 경각심을 일깨운 n번방 사건에 대한 관련법이 시행된 해기도 했다.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은 n번방 사건 이후 불법 촬영물 유포 등을 요지로 한 디지털 성범죄를 규제하는 여러 법안을 통틀어서 부르는 말이다.
n번방 방지법에는 ▲불법 촬영물을 소지·구매·저장·시청을 처벌하는 법안 ▲미성년자 의제강간의 기준연령을 16세로 상향하는 법안 ▲불법 촬영물 관련 형량을 상향하는 법안 ▲불법촬영물 거래·유포로 얻은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등이 포함되며 모두 국회 의결을 통과했다.
올해 특히 논란이 됐던 것은 그 중 정보통신망법으로, 연매출액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일평균 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인 플랫폼의 경우 인터넷 사업자가 콘텐츠 유통에서의 불법촬영물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네이버, 다음, 카카오톡과 같은 포털과 각종 SNS, 대형 커뮤니티 등이 해당된다. 온라인사업자가 불법 촬영물을 방치하면 처벌도 가능하다.
카카오톡 등 메신저의 경우 일반채팅이나 1:1 오픈채팅방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단체 오픈채팅방에만 적용된다. 단체 오픈채팅이라면 비공개 상태여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에 과도한 검열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최근 고양이 동영상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리면서 불법 촬영물인지 검토 중이라는 메시지가 뜨자 n번방 방지법이 개인에 대한 과도한 검열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송수신하는 내용을 누군가 검토하고 있다는 불쾌감이 비판의 주를 이뤘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서 사용하는 기술은 특정 영상이 불법 촬영물로 신고된 영상의 코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인간이 검토하지 않을 뿐 아니라 특정인을 식별하거나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식도 아니다. 영상마다 이른바 영상DNA, 즉 고유한 디지털 코드가 있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촬영물이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라고 심의 결정한 코드와 대조해 일치할 경우 필터링한다. 이러한 기술은 논문 표절 등 저작권 침해 여부 확인에도 흔히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