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모으자!
운을 모으자!
  • 정은경 방송작가
  • 승인 2022.02.18 10:1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즐겨보는 일본 드라마가 하나 있다. “중쇄를 찍자!” 
일본 만화 출판사 사람들에 관한 이야긴데 편집자는 작가와 어떤 관계가 되어야 하며, 업무에 임할 때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 등등… 조금은 이상적인 모습의 회사생활을 그린 드라마지만 생각보단 꽤 재밌다. 

그 드라마 중반 이후에 이런 에피소드가 나온다. 
새로 입사한 사원이 어느 날부터 부편집장을 시시때때로 관찰한다. 관찰해서 보니 도저히 나쁜 짓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자전거를 넘어뜨린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고, 편의점에서 물건 사고 남은 동전은 기부하고, 심지어 차가 드물게 다니는 횡단보도에선 신호가 바뀌기 전까지 절대 건너지 않는다. 
이런 그를 본 신입사원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감탄과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이 말을 들은 부편집장은 사실 자신도 회사의 사장을 따라서 하는 것뿐이라며 사장 이야기를 해준다. 

사장은 어렸을 때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도망을 가 버렸다. 홀로 남겨진 사장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 탄광에서 일하며 되는대로 막(?) 살았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돈을 빼앗고, 도박을 하고, 아무 희망없이 쾌락만을 좇아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강가에서 만난 한 노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운은 모을 수 있다네. 좋은 일을 하면 운이 쌓이고, 나쁜 일을 하면 바로 운은 줄어들지. 운을 자기편으로 만들면 행복이 몇십 배는 많아질 걸세. 문제는 어디서 이기고 싶냐는 거지. 뭐가 되고 싶은지 스스로 머릿속으로 생각해봐. 생각하고, 생각해서 토할 정도로 생각해서 판단을 내려. 운을 잘 다뤄야 해. 내 말을 믿지 못하겠나? 믿지 못하겠다면 그것도 자네의 운이지.”

이후 사장은 어릴 때 감명 깊었던 책을 떠올리며 출판사 일을 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성공하기 위해 매일 좋은 일을 하며 운을 쌓았다. 
사장이 된 지금도 근검절약하고, 선행을 하면서 출판사에서 계속 좋은 책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운을 모으고 있다. 심지어 우연히 얻은 복권이 1등에 당첨되었어도 과감히 당첨금을 포기해버린다. 자신의 목표인 출판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헉!… 아무리 드라마지만 몇억이나 되는 돈을 포기하다니. 나라면 그러지 못할 것 같은데 그 돈으로 출판사의 재정을 넉넉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보는 내가 다 아까웠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 복권을 사면 늘 ‘꽝’이었던 걸까?

세상에는 100% 운이 나쁜 사람도 없고, 100% 운이 좋은 사람도 없다. 인생사 새옹지마, 전화위복이라고 하지 않던가? 때문에 지금 좋지 않은 일이 있다고 해도 낙담할 필요도 없고, 행운이 막 따르고 있다고 해도 그리 좋아해서도 안 된다. 

흔히들 사람의 운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고 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운도 이런 거였는데, 그 드라마에선 운을 모을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더 커진 것 같은 기분? 만약 좋은 운을 다 써버렸다고 해도 또 좋은 운이 찾아올 수 있다는 희망? 
열심히 선행을 하면서 운을 하나씩 하나씩 모으면 된다니, 그 운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도움이 된다니. 
올해는 좋은 일을 많이 해보는 것도 그리 밑지는 장사 같지는 않다.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정은경 방송작가 pdirow@naver.com

정은경 방송작가

20여 년 동안 시사, 교양 분야의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CBS <변상욱의 시사터치>,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 <생방송EBS FM스페셜> KBS <보고싶은얼굴, 그리운 목소리>, <월드투데이>, <라디오주치의> tbs <서울 속으로> 등 다수가 있고, 현재는 TBS <우리동네라디오>를 시민제작자와 함께 만들고 있다.
치열한 방송현장에서 일하면서 나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미자 2022-02-21 15:48:12
너무 희망적인 드라마네요. 불교 법전 중 법구경에 보면 '선의 열매가 익었을 때 선한 사람은 복을 누린다'가 생각 나네요. '방울물이 고여서 항아리를 채우나니 작은 악이 쌓여서 큰 죄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