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와 공감의 리더십
걸리버 여행기와 공감의 리더십
  • 송은섭 작가
  • 승인 2022.01.21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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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사람 사이에서 ‘서로 다르기에 생길 수 있는 문제와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해결해야 할까?’ 늘 고민되는 질문이다. 영국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풍자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그 해답을 ‘공감의 리더십’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한 방향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가라 (소인국 릴리펏) 

걸리버가 표류하다가 도착한 소인국 <릴리펏>은 이웃 나라 <블레퓌스크>와 3년 동안 전쟁을 하고 있었다. 전쟁의 이유를 묻자 ‘계란을 깨 먹는 방법 때문’이라고 했다. <릴리펏>의 왕은 개인적인 경험을 법률로 정해 국민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했다. 

계란을 먹기 위해 깨는 방식은 계란의 넓적한 쪽을 깨는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 폐하의 조부께서 소년 시절에 계란을 먹으려고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방식대로 넓적한 쪽을 깨다가 공교롭게도 손가락을 베이고 말았습니다. 이에 현 폐하의 부친 폐하께서 모든 신하들에게 ‘계란의 뾰족한 끝을 깨 먹어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는 자는 중죄로 다스린다’는 포고령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국민은 수시로 반란을 일으켰다. 11,00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계란의 뾰족한 쪽으로 깨 먹는 법에 굴복하는 대신 죽음을 감수했다. 여기서 걸리버는 ‘내 생각이 옳으니 다른 사람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왕의 고집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서로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는 결국 전쟁과 혼란만 초래할 뿐임을 깨닫는다.

우리 기업문화는 어떤가? 자기 생각을 고집스럽게 설득하거나 강요하지는 않는가?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대적으로 대하고 편 가르기를 하지는 않는가? 내 것만 옳고 다른 사람은 틀리다는 식의 편협한 사고를 하지는 않는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조직은 늘 ‘조직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현실은 한 방향으로 가는 것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을 때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기업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차이를 존중할 때 시너지가 발생한다. (거인국 브롭딩낵)

당신은 사람들을 보며 등급을 매기거나 차별을 하지는 않는가? 단순한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좋고 싫음’, ‘옳고 그름’의 편견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차이를 잘못 이해하면 차별을 만든다.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무한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유는 일곱 가지 각기 다른 색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같은 색끼리만 모여서는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다. ‘무지개 효과’가 차이를 이해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거인국 <브롭딩낵>에서 가장 키가 작은 난쟁이는 걸리버가 나타나기 전까지 왕비로부터 총애를 받았다. 걸리버가 나타나자 자신이 받던 관심이 걸리버에게 집중되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걸리버를 없애려고 했다. 한 번은 걸리버가 접싯물에 빠져 죽을 뻔했는데 난쟁이 짓으로 확인되자 왕비는 난쟁이를 쫓아냈다. 만약 난쟁이가 ‘무지개 효과’를 생각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차이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가졌다면 오히려 더 큰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영화 <어벤져스>에는 각기 다른 영웅들이 등장한다.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과 성격의 차이로 그들 간의 싸움도 자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협력할 때 엄청난 시너지로 악당을 물리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인정하고 협력할 때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만약 모두가 같은 능력과 성격을 가졌다고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다양한 생각과 아이디어가 없으면 창의성은 포기해야 한다. 생존전략을 포기하는 셈이다. 그래서 차이를 인정하는 기업문화가 중요하다. 개인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조화롭게 만들어가는 기업문화! 서로 다른 환경에서 형성된 습관과 편견, 소통을 방해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다름과 차이를 넘어 공감하는 리더십. (하늘을 나는 섬나라 라퓨타)

걸리버가 ‘날아다니는 섬’, 혹은 ‘허공에 떠 있는 섬’이라고 해석했던 이 나라의 이름은 <라퓨타>였다. 섬 밑바닥은 두께가 183m나 되는 단단한 금강석으로 되어 있다. 그 사이에 천연 자석이 있어서 섬의 상승과 하강을 할 수 있다. <라퓨타>의 왕은 날아다니는 섬뿐만 아니라 지상의 여러 나라도 통치하고 있었다. 그들은 지상의 백성들을 아주 천하게 여겼다. 반란을 일으키면 떠 있는 섬으로 햇빛과 비의 혜택을 빼앗아 기근과 질병이라는 고통을 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걸리버는 지상의 나라들이 황폐해진 이유를 듣게 된다. 

지상의 몇몇 사람들이 <라퓨타>로 올라간 일이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 5개월 정도 머무르다가 수박 겉핥기식의 수학 지식과 거기서 얻은 경박한 기질을 잔뜩 품고 돌아왔다. 그들은 돌아오자마자 지상 나라의 모든 일의 진행방식을 바꿨다. 

<라퓨타>를 다녀온 사람들은 실행 불가능한 계획을 세웠고 실패하면 더 격렬하게 열중했다. 결국, 주택은 이상한 방식으로 지어져서 무너지기 일쑤였고, 백성들이 공감할 수 없는 정책들만 추진되어 나라가 황폐해졌다. 걸리버는 <라퓨타>의 왕과 신하들을 보며 백성들을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만 생각하는 극도의 이기주의에 환멸을 느낀다. 지상의 나라에서도 <라퓨타>를 일방적으로 모방하려는 비현실적인 정책 때문에 백성들만 고초를 겪는다. 걸리버는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함을 통찰한다.

기업문화도 마찬가지다. 공감할 수 없는 정책과 아이디어로 편견에 사로잡혀 고집을 부리면 기업문화 자체가 피폐해진다. 그래서 편견 없는 공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나 역시 다른 사람으로부터 그렇게 인식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당신은 다름과 차이를 넘어 공감하는 리더인가?

송은섭 작가 seop2013@hanmail.net

송은섭의 리더십이야기

인문학과 자기계발 분야 전문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마흔, 인문고전에서 두 번째 인생을 열다>, <지적대화를 위한 인문학 고전 읽기> 등이 있다. 경기대 외교안보학 석사, 고려대 명강사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유튜버(작가 조바르TV), 팟캐스트(책 읽는 시간)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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