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조직문화로 지뢰밭 환경에서도 성과를 내는 리더
긍정의 조직문화로 지뢰밭 환경에서도 성과를 내는 리더
  • 송은섭 작가
  • 승인 2022.01.29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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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새로운 아이디어에 ‘예스(Yes)’로 동의하고 ‘앤드(And)’로 추가의견을 제시하기로만 약속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절대 ‘노(No)’라고 답하지는 않기로 한다면…. 

긍정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예스(Yes), 앤드(And)’ 법칙
 
“모두가 예스(Yes)라고 답할 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모두가 노(No)라고 답할 때, 예스(Yes)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2001년, 동원증권 CF에 혁신적인 문구가 등장했다. 주관이 뚜렷하고 소신 있는 사람이 인재로 인정받는 조직문화가 필요함을 강조한 문구였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무조건 예스맨이 되기보다 소신껏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주장에 많은 사람이 공감했었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현재에도 이 말이 진리처럼 공감될 수 있을까?

리더십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패러디)라는 표현처럼 환경이 바뀌면 리더십도 변화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예스와 노’라는 선택지만 가지고 ‘맞다. 틀리다.’의 결론을 내리는 시대가 아니다. 훨씬 더 복잡다단해졌다. 이분법적인 토의 문화는 건전한 결심을 방해하고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리더는 이분법적인 판단기준보다 과정에 대한 긍정적인 토의 문화가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예스, 앤드’ 법칙은 과정에 대한 성장에너지를 창출하고 긍정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기초를 제공할 수 있는 법칙이다.

미국 시카고에 <세컨드 시티(The Second City)>라는 극단이 있다. 이 극단은 즉흥극을 공연하는 팀으로 유명한데 즉흥극을 연습하는 기본이 ‘예스, 앤드’ 법칙이다. 한 연기자가 어떤 제안을 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다른 연기자는 즉시 그 아이디어에 동의하면서 그걸 이용해서 다음 장면을 이어가고, 새로운 제안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극을 만들어가는 원리다. 

 A 배우: “와, 하늘에 별이 너무 아름다워, 이렇게 많은 별을 보는 건 처음이야!”
 B 배우: Yes, And “그래. 달도 정말 동그랗다.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어떤 느낌일까?”
         (No “밝은 대낮에 무슨 별이 보인다고 그래?”)

B는 A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또 다른 질문을 덧붙여서 극이 계속 이어가도록 만든다. 이 과정에서 ‘예스 앤드’는 긍정의 에너지로 계속 창의적인 발상을 만들어간다. 만약, B가 “밝은 대낮에 무슨 별이 보인다고 그래”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A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부정하는 순간 A는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낮에도 별이 보일 수 있지”라든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게 중요하다”라는 식의 말을 할 것이다. 그러면 다시 B는 부정적인 견해를 말하게 된다. 결국, 배우들의 옥신각신하는 장면을 봐야 하는 청중은 흥미를 잃고 자리를 뜰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면 ‘예스, 앤드’ 법칙은 새로운 걸 창조하는 긍정의 에너지이고, ‘노’는 그 흐름을 중단시키는 부정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예스, 앤드’ 법칙을 조직문화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스, 앤드’ 법칙에서 중요한 것은 즉흥 연기에서 뭘 해야 하는지, 혹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직접 조언을 해주는 게 아니라 좋은 연기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즉, 민첩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예스, 앤드’ 법칙을 조직문화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예스, 앤드’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 사람들이 제시하는 개인적인 의견을 지지하고 그것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소통방식을 익혀야 한다. 두 번째는 “긍정 및 발전시키다.” 또는 “탐색하고 고조시키다.”라는 기본인식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소통방식이 태도의 영역이라면 기본인식은 생각과 표현의 영역이다.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부정하지 않고 긍정 및 발전시키려는 생각, 탐색하고 고조시키려는 표현을 선택하도록 습관을 들여야 한다. 회의 시 절대 ‘노’라고 말하지 않고 무조건 ‘예스, 앤드’로만 시작하도록 해보자. 습관이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 창의적인 에너지로 긍정의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뢰밭 환경에서도 성과를 내는 리더

조직은 다양한 성향을 지닌 사람들의 집합체다.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자신의 지식을 뽐내는 일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과시형 헛똑똑이, 성공의 공은 혼자 독차지하고 실패의 책임은 회피하려는 기회주의 형 나르시시스트, 자신의 문제를 눈가림하려고 조직으로 피해를 돌리는 책임회피형 개인주의자, 팀에 거의 기여를 하지 않지만 성과는 나누려고 하는 무임승차형 이기주의자 등 부정적인 사람들이 곳곳에 지뢰처럼 포진하고 있다. 이처럼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지뢰밭 환경에서도 성과를 내는 리더는 무엇이 다를까? 

온라인 신발 및 의류회사 자포스Zappos의 CEO인 토니 셰이는 긍정의 조직문화로 2009년부터 <포춘>지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상담사들에게 ‘자유롭게 해결하되 최선의 판단을 하라’는 규칙을 만들었다. 그리고 늘 “당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해라. 난 당신을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어느 날 한 상담사에게 환불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환불 사유는 신발을 받기로 한 자신의 아버지가 사망해서 구매한 신발이 더는 필요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상담사는 먼저 애도를 표하며 환불처리를 해주었다. 고객의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한 상담사는 신발은 돌려보내지 않아도 된다며 필요한 사람에게 주라고 말했다. 그리고 해당 주소지로 위로의 꽃을 보냈다. 자포스의 환불 응대에 감동한 고객이 인터넷에 감동 이야기를 올렸다. 그러자 기업 이미지는 상승했고 곧 파격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토니 셰이는 ‘예스, 앤드’ 법칙으로 긍정의 조직문화를 만든 다음 통제권을 위임하고 신뢰의 기술을 적용했다. 지뢰밭 같은 조직환경을 긍정의 에너지와 신뢰가 넘치는 조직문화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그러자 조직구성원들은 변화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지뢰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지뢰를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 스스로 지뢰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데 리더십을 집중한 결과였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질문으로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진단해보자. 
당신의 조직은 예스(Yes), 앤드(And) 문화인가? 노(No) 벗(But) 문화인가?, 
당신은 지뢰를 제거하는 리더인가? 아니면 지뢰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리더인가?

송은섭 작가 seop2013@hanmail.net

송은섭의 리더십이야기

인문학과 자기계발 분야 전문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마흔, 인문고전에서 두 번째 인생을 열다>, <지적대화를 위한 인문학 고전 읽기> 등이 있다. 경기대 외교안보학 석사, 고려대 명강사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유튜버(작가 조바르TV), 팟캐스트(책 읽는 시간)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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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송 2022-02-03 18:31:40
대단하십니다.
좋은 글 감동입니다.^^

이주한 2022-01-30 16:16:07
멋진 글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