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리더의 오만과 편견
「재벌집 막내아들」, 리더의 오만과 편견
  • 송은섭 작가
  • 승인 2022.12.26 11: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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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정상적인 궤도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두 가지, 오만과 편견!

“그렇게 주인 대접을 꼭 받고 싶으세요? 그럼 다시 태어나세요.”

‘22년 드라마 시청률 최고(26.9%)를 찍고 종영한 「재벌집 막내아들」. 
14화에는 순양그룹 장손 진성준이 할아버지 진양철 회장의 오른팔이었던 이항재 상무이사를 토사구팽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항재 상무이사: “네가 세상에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나는 순양맨이었고, 이 순양은 네 할아버지와 내가 키운거야. 그런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돼, 내가 왜?”

진성준 대표: “하하, 죄송합니다. 많이 억울하신가 보네. 그렇게 주인 대접을 꼭 받고 싶으세요? 그럼 다시 태어나세요.”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14화, 2022. 12. 18 중에서>  

재벌 3세 진성준은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나온다. 순양그룹 장손이며 그룹의 총수가 되기 위해 온갖 비열한 짓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에게 리더십은 딴 세상 언어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차분한 리더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오만과 편견으로 똘똘 뭉쳐있다.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으면 결코 주인이 될 수 없다는 편견이 특유의 오만함을 만나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결국, 이항재 상무이사는 이용만 당하고 그룹에서 쫓겨난다. 

이런 사람이 조직의 리더라면 미래는 뻔하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상대를 이용하고 목적을 달성하면 가차 없이 쳐내는데 누가 그런 리더를 믿고 열정을 불태우겠는가? 리더가 부하를 토사구팽하면 불신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결국, 씨를 뿌린 자신이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위태로움에 직면하게 된다. 최종회에서 진성준 대표는 그룹 총수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 그가 죽이려고 했던 부하직원의 배신으로 모든 비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가상의 설정으로 있을법하게 꾸며낸 이야기지만, 실제 재벌의 오만과 편견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촉발한 ’한보사태‘의 장본인 정태수 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그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태도로 유명세를 치렀다. 국회의원이 다른 사람의 진술을 예로 들면서 추궁하자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머슴이 뭘 압니까? 주인인 내가 알지.”

당시 머슴으로 지칭된 인물은 한보그룹의 임원이었다. 평사원에게 머슴이라고 표현해도 오만하다고 할 텐데, 심지어 기업의 별이라고 불리는 임원조차도 머슴으로 인식하는 그의 표현은 오만함의 극치였다. 이후 한보그룹은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공중분해 되었다. 

리더는 늘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어떤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는지, 은혜를 입으면 보답하려고 노력하는지, 적어도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이용하는 마음은 가지고 있지 않은지 진솔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보여주기식의 실천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사람을 존중하는 진심이 담길 때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존경받는다. 

“모든 사람을 얼마 동안 속일 수는 있다. 또 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에이브러햄 링컨(미국 제16대 대통령)  
                              

 리더의 오만과 편견은 본인이 드러내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모르는 게 아니다. 언젠가는 추악한 모습으로 드러나게 되어있다. 링컨 대통령의 말처럼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의 지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시하면 합니다.”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으면 결코 주인이 될 수 없다는 편견이 특유의 오만함을 만나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으면 결코 주인이 될 수 없다는 편견이 특유의 오만함을 만나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주인공 윤현우는 순양그룹 오너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다. 그에게 오너 일가의 지시는 물어서도, 따져서도 안되는 신의 영역이다. 소통이 아니라 일방적인 지시와 복종만 있는 현대판 주인과 머슴의 관계다. 리더가 오만과 편견으로 똘똘 뭉쳐 있으면 어떤 소통의 바늘도 들어갈 틈이 없다. 드라마에서 윤현우는 비자금 명부를 발견하고 처음으로 오너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 결과는 죽음으로 연결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룰을 어겼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A기업 CEO가 된 K씨가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며 그 자신이 언제나 옳다고 여기면서 조직을 운영했다. 그는 CEO가 되자 교만하지는 않았지만 오만함이 넘쳤다. 교만은 겉으로 내놓고 건방을 떠는 거지만 오만은 속으로 건방을 떠는 것이라 오만함이 드러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K의 오만한 행동과 자기중심적인 생각, 자만심, 허풍, 편파적인 행동이 직원들에게 고통을 주면서 그의 오만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야 하고,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의 오만함은 조직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고 높은 이직률을 야기했다.’

오만한 리더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듣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귀를 닫아버린다. 그래서 측근이 되려면 그가 듣고자 하는 달콤한 말만 하면 된다. 리더가 듣고 싶지 않은 대화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을 때, 오만함이 조직의 비극을 불러들이게 된다. 

여러분은 리더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조만간 이직을 준비할 것이다. 진실을 말하면 공격받을 것이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패한 조직의 공모자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능한 사람은 침몰하는 배에서 빨리 하선하거나 다른 배로 갈아타려고 한다. 하루 중 이직을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은 조직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겠는가? 이 모든 침몰의 과정은 리더의 오만과 편견에서부터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리더라면 오만과 편견 대신 겸손과 진심으로 부하와 소통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송은섭 작가 seop2013@hanmail.net

송은섭의 리더십이야기

인문학과 자기계발 분야 전문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마흔, 인문고전에서 두 번째 인생을 열다>, <지적대화를 위한 인문학 고전 읽기> 등이 있다. 경기대 외교안보학 석사, 고려대 명강사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유튜버(작가 조바르TV), 팟캐스트(책 읽는 시간)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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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박 2022-12-26 21:19:48
작가님 글 오래 기다렸는데 이렇게 보니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