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시대의 리더십
챗 GPT시대의 리더십
  • 송은섭 작가
  • 승인 2023.02.22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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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 GPT! 궁금한 게 있어! 챗 GPT 시대의 리더십에 대해 알려 줘!”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와 역량, 다양성과 포용성, 자율성과 창의성입니다.”

“돼지털?” VS “챗 GPT!”

2004년 TV광고에 재미와 공감, 친숙함마저 들게 만드는 장면이 있었다. 시장 생선가게 할머니가 ‘디지털’을 이해하지 못해서 “뭐 돼지털?”이라고 말하는 광고였다. 그 시대 광고와 함께한 세대는 디지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으레 우스갯소리로 “뭐 돼지털?”이라며 되묻곤 했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2023년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시장 생선가게 할머니는 노트북을 열고 ‘챗 GPT’에 접속해서 프롬프트를 입력한다.

“생선가게 사장인데 단골손님 만드는 방법을 알려줘.”

잠시 후 모니터에 단골손님 만드는 방법에 대해 문장이 완성되기 시작한다. AI는 질문의 맥락을 이해하고 빠른 속도로 답을 써 나간다.

「생선가게에서 단골손님을 만드는 방법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아래의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1. 좋은 서비스 제공하기: 상점에 들어오면 환영의 인사와 함께 친절한 모습으로 대해 주세요. 주문할 때는 세심한 배려와 신속한 응대로 상호 신뢰를 쌓아주세요, (중략) 2. 생선 요리법을 알려주세요 : 생선 종류별로 어떻게 요리하면 맛있는지 간단한 요리법을 알려주세요. (3,4,5 생략)」

19년 전이나 지금이나 단골손님 만드는 방법은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런데 AI가 알려주는 방법에는 기발한 아이디어나, 생각하지 못했던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기도 한다. ‘뭐야, 다 아는 내용이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AI가 정리해준 자료를 읽다 보면 체계적이다. ‘맞아. 이렇게 정리해놓으니까 훨씬 행동화하기 쉽네. 고맙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챗 GPT시대다! 
‘챗 GPT’시대는 어떤 리더를 원할까? 아니 리더는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할까?
꽤 심오하고 어려운 질문일 것 같지만 이 역시 ‘챗 GPT’는 몇 초 걸리지도 않고 단숨에 해답을 써내려 간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챗 GPT와 같은 자연어 처리 기술이 많은 분야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챗 GPT’ 시대의 리더십은 기존의 리더십과는 다른 요소들을 강조해야 합니다. 첫째, 테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와 역량이 필요합니다. ‘챗 GPT’와 같은 기술은 매우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것은 기업이나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챗 GPT 시대의 리더는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와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기업이나 조직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둘째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해야 합니다.(중략) 셋째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해야 합니다.(이후 생략)」 

▲챗 GPT 시대의 리더는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와 역량을 가지고 기업이나 조직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챗 GPT 시대의 리더는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와 역량을 가지고 기업이나 조직의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AI가 써준 내용을 읽고 있으면 질문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는 답을, 이야기하듯이 제시하고 있어서 마치 로봇과 대화를 하는 듯한 생각이 든다. “구체적인 인물과 사례를 찾아서 정리해줘.”라고 입력하자 앞의 내용과 연결되는 구체적인 사례를 써 주었다. 여기서 중요한 기술은 새로운 입력어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앞에서 나눴던 대화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문장으로 사례를 써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챗 GPT’도 미완성의 허점이 있다. 첫째가 2021년 이전의 데이터로만 분석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일과 미래를 예측하는 부분에서 말 그대로 허수를 제공할 수 있기에 무조건 믿다 보면 과거의 수를 미래의 수라고 읽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둘째, 사람의 감성에 해당하는 부분은 아직 기계적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물론 시를 써주기도 하고 소설을 써주기도 한다. 하지만 문장 구성을 보면 좋은 문장을 짜깁기한 듯한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외에도 학교나 직장에서 생각하기 싫어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단점도 있다. ‘챗 GPT’에 의존해서 과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점점 생각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생각을 기계가 대신해준다는 암울한 미래도 그려볼 수 있다. 급기야 대학에서는 ‘챗 GPT’로 작성한 과제는 무효처리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부하직원이 제출한 보고서가 AI가 작성한 것인지, AI의 도움을 받아서 작성한 것인지, 순수한 자신의 머리로 작성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면, 결국 사람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AI가 일을 하는 조직이 되고 만다. 불행하게도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23년 2월, 워싱턴포스트는 ‘AI가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직원들의 근무특성을 분석한 자료로 정리해고 대상까지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23년 1월, 구글에서 해고된 수백 명의 직원들이 AI가 자신들을 정리해고 하는데 사용되었다는 의심을 발표하기도 했다.

리더가 이런 현상을 모르면 자신의 기업이나 조직이 망해가는 것도 모르게 된다. 인사 담당자가 알고리즘의 성격을 명확히 이해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지, 부정확한 데이터나 잘못된 알고리즘의 결과를 걸러주는 시스템은 있는지 등등……. 안 그래도 머리 아픈 게 많은 리더인데 참 많은 걸 공부하고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리더십이 있고 없고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앞서 ‘챗 GPT’가 알려준 대로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해와 역량, 다양성과 포용성, 자율성과 창의성’에 대해 여러분은 몇 점을 줄 수 있는지 스스로 평가해보자. 그 점수가 곧 조직의 미래 성장지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읽고 ‘무슨 말인지 들어는 봤는데 잘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면 당신은 아직 ‘돼지털’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리더다. 총을 들고 있는 적 앞에서 돌도끼를 열심히 갈고 있는 격이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리더는 조직을 이끌 수 없다. 현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면 틀린 질문만 하게 되고, 틀린 질문에는 언제나 틀린 답만 나오게 되어 있다. 리더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분명한 이유가 거기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19년 전 각인된 ‘돼지털’이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미소 대신 ‘챗 GPT’에게 단골손님 만드는 방법을 물어보는 할머니의 혁신적인 미소를 떠올려보자. 

송은섭 작가 seop2013@hanmail.net

송은섭의 리더십이야기

인문학과 자기계발 분야 전문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마흔, 인문고전에서 두 번째 인생을 열다>, <지적대화를 위한 인문학 고전 읽기> 등이 있다. 경기대 외교안보학 석사, 고려대 명강사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유튜버(작가 조바르TV), 팟캐스트(책 읽는 시간)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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