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평균값보다 특별 값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리더가 평균값보다 특별 값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송은섭 작가
  • 승인 2023.01.24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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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심을 평가해서 강을 건너는 리더는 부하를 사지로 내모는 C급 리더

“적을 수장시킬 것이다.”, “귀주는 늘 북서풍이 불다가 남동풍으로 바뀌는 시점이 있다.” 

천년 전, 지금의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별이 떨어진 터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아이가 태어난 곳을 낙성대라 불렀다. 이 아이는 자라서 고려 명장 강감찬 장군이 된다.

1019년 거란의 소배압 장군은 1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략했다. 이른바 거란의 3차 침입이자 고려와 거란의 마지막 전쟁이었다. 거란의 소배압에 맞서는 고려의 장군은 강감찬이었다. 그의 나이 70세. 장군은 거란의 막강한 전력을 막아내기 위해 필승의 전략을 수립했다. 먼저 적과 아군을 분석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당시 거란의 소배압은 고려왕을 사로잡는 공을 세우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다. 따라서 소배압의 전략은 이전의 침략과는 달리 압록강 주변의 작은 성들을 우회하여 바로 개경까지 남하해서 고려 왕을 잡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신속한 기동력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강감찬 장군은 소배압의 전략을 간파하고 압록강 주변의 성을 우회해서 갈 수 있는 길목을 분석했다.

“지형의 이점을 이용할 것이다. 적을 유인해서 수장시킬 것이다.”
 
의주 압록강 근처 흥화진 동쪽으로 대천(大川)이 있다. 말 그대로 큰 하천이다. 강감찬 장군은 현지를 둘러보며 ‘여기가 적을 수장시킬 자리구나!’라며 눈을 감고 전투장면을 시뮬레이션했다. 

‘쇠가죽을 연결해서 대천(大川) 상류를 막는다. 대천(大川) 하류의 수심이 낮아진다. 거란군이 대천(大川)의 얕은 곳을 선택해서 강을 건넌다. 강 중간쯤 본대가 건널 때 쇠가죽으로 막은 보를 터뜨린다. 강한 물살이 적을 휩쓸어버린다. 강 건너편과 이쪽 편으로 필사적인 탈출을 시도하던 적은 매복한 고려 기병에 의해 단숨에 제압당한다.’ 

강감찬 장군은 이 작전의 성공 여부는 거란군 소배압 장군의 판단력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소배압 장군이 얕아진 대천(大川)을 의심 없이 건너도록 명령하는 것이 필요했다. 

▲강감찬 장군은 귀주지역 특성상 북서풍이 부는 평균값 대신에 가끔 남동풍이 부는 특별 값에 주목했다. (KBS 대하드라마 천추태후 中)
▲강감찬 장군은 귀주지역 특성상 북서풍이 부는 평균값 대신에 가끔 남동풍이 부는 특별 값에 주목했다. (KBS 대하드라마 천추태후 中)

“장군! 평균 수심보다 아군의 평균 신장이 더 큽니다. 강을 건널 수 있습니다!”

소배압의 10만 대군은 오직 신속한 기동에 목숨을 걸었다. 고려왕이 남쪽으로 피신하기 전에 개경을 포위해야 했다. 전투를 하기 전에 항상 정찰대를 보내 적의 위협을 감지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전투의 기본이다. 소배압도 압록강 주변에 도착해서 정찰대를 운용했을 것이다. 정찰대장은 수심이 가장 얕은 곳을 찾아서 보고했을 것이다. 다음의 주고받는 이야기는 전쟁의 결과를 가지고 역으로 상상해본 내용이다. 

정찰대장: “대천(大川) 하류가 수심이 얕아서 대군이 바로 건널 수 있습니다.”
소배압 참모: “대천(大川)의 평균 수심이 얼마이냐?”
정찰대장: “평균 수심은 130cm이고 아군의 평균 신장은 160cm입니다.”
소배압 참모: “장군, 평균 수심보다 아군 평균 신장이 더 큽니다. 강을 건널 수 있습니다.”
소배압 장군: “음. 정찰대장! 평균값은 알겠고, 최대 수심은 얼마냐?”
정찰대장: “최고 깊은 곳은 2m입니다.”
소배압 장군: “그럼 그 지점에서 모두 물에 빠져 죽겠구나? 최고 깊은 곳이 130cm 이하인 곳을 다시 찾아라!”

거란국의 10만 대군을 지휘하는 장군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판단했을 것이다. 평균값의 함정에 빠지면 위 대화 중 참모 수준에서 그치게 된다. 참모 수준이 C급 리더라면 소배압은 최소한 B급 리더는 될 것이다. 그런데 A급 리더가 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정찰대장: “장군, 최고 수심이 130cm 이하이고, 평균 수심이 100cm인 지점을 찾았습니다.”
소배압 참모: “장군, 이번에는 제대로 찾은 것 같습니다. 결심하시지요.”
소배압 장군: “그래. 몇 가지 더 궁금한 것이 있다마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니 전군 강을 건널 것을 명령한다.” 

결국, 소배압 장군의 명령으로 10만 대군은 대천(大川) 하류, 수심이 얕은 곳을 건너기 시작했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강감찬 장군이 신호를 보냈다. 곧이어 대천(大川) 상류를 막고 있던 쇠가죽 보가 터졌다. 물살이 거세게 밀려가며 강을 건너던 거란군을 쓸어버렸다. 행군 장경은 세 토막이 났고 건너기 직전의 군사와 건넌 후 당황하는 군사는 고려의 매복 기병에게 처참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전투가 귀주대첩의 서막인 대천 전투이다.

만약, 소배압 장군이 A급 리더였다면 추가로 수심이 얕아진 이유를 확인했을 것이다. 주변 마을 사람들을 심문해서 지형과 기상정보를 더 수집했다면 대천(大川) 상류를 정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신속한 기동으로 고려왕을 사로잡는 것으로 가득 찼기 때문에 평균값만 믿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서 수심이 원래 낮은 곳인지, 인위적으로 낮아진 것인지는 특별 값에 해당한다. 리더가 평균값에 빠져 특별 값을 보지 못하면 피해는 조직과 그 구성원이 오롯이 떠안게 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귀주대첩의 하이라이트는 강감찬 장군이 남동풍이 불 것을 예견하고 성()이 아니라 넓은 개활지에서 승부수를 띄운 지점이다. 장군은 귀주지역 특성상 북서풍이 부는 평균값 대신에 가끔 남동풍이 부는 특별 값에 주목했다. 마침 소배압의 거란군이 개경 공략에 실패하고 돌아가는 길목과 시기가 과거 남동풍이 불던 데이터와 일치했다. 강감찬 장군은 개활지의 특성상 바람이 어디로 부느냐에 따라 화살의 사정거리가 달라지고, 백병전에서도 바람을 맞서는 쪽이 불리하다는 점을 이용했다. 만약 성()안에서 안전하게 싸웠다면 거란군을 대부분 살려 보냈을 것이다. 그래서 개활지를 선택한 것이다. 결과는 대승이었다. 거란군 10만 명 중 살아서 돌아간 수는 수천에 지나지 않았다. 

리더는 수많은 데이터 분석 값을 기초로 건전한 결심을 해야 한다. 그래서 쉽게 빠질 수 있는 것이 평균값의 함정이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모든 승부수는 평균값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특별 값에 의해 결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리더가 특별 값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 나는 평균값을 믿는 리더인가? 아니면 특별 값을 보면서 승부수를 띄우는 리더인가?

송은섭 작가 seop2013@hanmail.net

송은섭의 리더십이야기

인문학과 자기계발 분야 전문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마흔, 인문고전에서 두 번째 인생을 열다>, <지적대화를 위한 인문학 고전 읽기> 등이 있다. 경기대 외교안보학 석사, 고려대 명강사 최고위과정을 수료했다. 유튜버(작가 조바르TV), 팟캐스트(책 읽는 시간)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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