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집사의 시대가 도래 했다.
흔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집사라 칭하곤 했었다. 모시듯 소중히 대하는 모습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반려식물을 열심히 키우는 사람들을 식물 집사, 식집사라고 부른다.
홈가드닝이 대세가 되면서 반려식물에 관한 검색어가 반려동물을 넘어서고, 식집사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가드닝은 귀농이나 주말농장, 또는 집 앞 텃밭을 가꾸는 개념에서 새롭게 확장되고 있는 중이다. 식물로 인테리어를 하는 플랜테리어가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식테크라 하여 식물로 재테크를 하기도 한다. 식테크는 고급식물로 실질적 투자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소소하게 먹거리를 직접 재배하는 경우도 있다. 파 값이 한창 치솟았을 때는 집에서 간단하게 파를 키워 먹는 파테크가 유행하기도 했다.
금전수처럼 돈이 들어온다고 해서 키우는 의미부여형도 있지만, 공기정화를 위해 키울 식물들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홈가드닝은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더욱 보편화 되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자, 집을 가꾸거나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게다가 가드닝이 주는 심리적 안정은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진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취미가 됐다. 실제로 가드닝이 정신건강에 끼치는 연구가 진행된 바 있으며, 연구 결과는 정신의 긍정적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캠핑을 가서 불을 피워놓고 멍하게 바라보는 불멍이나 강이나 바닷가에서 멍 때리며 물을 보고 있는 물멍처럼, 그저 식물을 바라만 보고 있는 식멍이 유행인 것도 식물이 주는 안정감은 연구와 관계없이 이미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가드닝은 대세가 되어 SNS를 통해 많은 정보와 각자의 가드닝 스타일을 공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붐은 당연히 기업이 가장 발 빠르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식물재배 앱이나 식물 재배기는 이미 식집사들에겐 익숙하다. 이러한 문화가 그대로 반영되어 백화점도 실내정원을 만들기 시작했고, 스마트 가든은 다양한 다중 이용 시설에 적용될 전망이다.
반려식물을 키운다는 것은 더 이상 그냥 취미나 원예의 의미가 아니다. 식물과의 교감을 통해 안정감을 찾고 자연을 느끼는 특별한 행위가 되었다.
물론 홈가드닝이라고 해서 모두 소소하지는 않다. 고급식물, 고급 환경은 비싼 비용을 필요로 한다.
어린왕자의 장미꽃이 그렇게 소중했던 이유는 그가 장미꽃에 공들인 시간 때문이었던 것처럼, 교감하고 시간을 투자해 공들이는 식집사들에게 식물은, 어린왕자의 장미꽃과 같다.
200여 년 전,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한 젊은 청년이 숲 속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몇 년간 자급자족 하며 혼자 지냈다.
그가 숲 속에 들어간 것은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기 위해, 죽는 순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의 오두막이 있던 호수의 이름은 월든이다.
문명사회 속,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그 자신만의 '월든'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월든에서 나만의 장미꽃이 말이다.
"나는 여백이 많은 삶을 소중히 여긴다. 여름날 아침이면 가끔 늘 하던 대로 몸을 정갈하게 씻고, 해 뜰 때부터 정오까지 햇빛이 가득 쏟아지는 문지방에 앉아 소나무와 히커리, 옻나무에 둘러싸인 채 방해받지 않고 홀로 정적 속에서 몽상에 빠진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