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은 패망의 선봉?
교만은 패망의 선봉?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2.05.16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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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은 사람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 그 자체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떤 생각을 지녔는지가 곧 한 사람의 인격을 완성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겸손한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겸손해지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때로는 겸손하지는 않더라도 당당함을 지닌 사람이 멋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높은 자존감에서 우월감을 더하거나, 과도한 자기애로 내가 중심이 되어야만 하는 경우에는 교만함으로 이어지게 된다.

사전에서 '교만하다'를 “잘난체하며 뽐내고 건방지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명시된 말만 보아도 극혐을 유도한다.
잘난체하고 건방진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스피노자는 “교만은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한 정당한 것 이상으로 느끼는 데에서 생기는 기쁨이다.”라고 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의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면서, 모든 사안을 자기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어 한다고도 주장을 이어갔다.

본인이 가진 것 이상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타인을 멸시하면서 교만함에 빠진 사람은 자기중심적이기 십상이다.

영화 <세븐>은 1995년 브레드 피트와 모건 프리먼 주연의 범죄 스릴러 영화이다. 이 영화는 성서에서 말하는 7대 죄악을 근거로 살인을 저지르는 미치광이 살인마와 그를 쫓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 소재로 쓰이고 주제로도 이어지는 단테의 '신곡'에 등장하는 7가지 죄악은 이렇다. 탐식, 탐욕, 나태, 성욕, 교만, 시기, 분노. 이 죄들은 모두 인간이 갖고있는 욕망이기도 하며, 어쩌면 일상이 되어버린 죄악이기도 하다.

그래선 안되는 줄 이성적으로는 판단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 내재하기도 하며, 속마음을 넘어서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우리가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사랑도 자기 본위에 치우치면 미움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네. 여기에는 세 가지 경우가 있지. 첫째는 교만한 자로서 남보다 훌륭히 되고 싶다는 욕구를 다스리지 못한 것이고, 둘째는 질투와 시기심이 강한 자로서 남이 잘되는 것을 싫어해 자신을 망친 것이며, 셋째 경우가 걸핏하면 분노를 이기지 못하는 자로서 남이 해를 입히면 금방 복수하려고 날뛰지.”           -단테의 <신곡> 중….-

인간은 선량해지고 싶으나 악하게 살거나, 악한 마음이 들어도 선하게 살 수도 있다.
인간의 나약한 마음으로도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많은 규율을 만들거나, 도덕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은 합리적 공존에 부합하는 일이다.

모든 종교에서도 절제해야 하는 것과 금기해야 하는 것을 널리 가르친다.
그중 교만에 관하여 절대적으로 금기시하는 대목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불교에서는 교만을 '남을 깔보고 자신을 높게 평가하여 반성함이 없고, 쉽게 우쭐거리는 마음'이라 일컫는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마음을 더럽히는 것이라 하여 삼독이라 하는데, 어리석다는 것은 자기 본성을 보지 못하고 헛것에 매달려 교만에 빠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구사종'에서는 탐욕, 성냄, 교만 이 세 가지를 삼독이라 한다.
 
기독교에서 전하는 교만을 금하는 강력한 메시지의 구절은 구약과 신약에 걸쳐 무수히 많다. 

-자기 이웃을 은밀히 헐뜯는 자는 누구든지 내가 끊을 것이요, 눈이 거만하고 마음이 교만한 자를 내가 참지 아니하리이다. 
-주를 두려워하는 것은 악을 미워하는 것이라. 나는 교만과 오만, 악한 행실, 완고한 입을 미워하느니라.
-사람의 교만은 그를 낮아지게 할 것이나, 명예는 영 안에서 겸손한 자를 세워 주느니라.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이같은 교만을 경고하고 배척하는 성경 구절은 이 외에도 많이 있다.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불교나 기독교에서 전하고자 하는 위의 말들은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누구나 달처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어두운 마음이 있다.” 
                  -마크 트웨인-

교만하면서 스스로 교만한 줄 모르는 이도 있겠지만, 그것을 깨닫고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나 마음속 깊이 나만 아는 나의 단점이나 어두운 마음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교만함은 나만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이가 나의 교만함을 알기 전에 먼저 스스로 깨닫고 겸손해지기를 추구한다면, 우월감과 자기애에 빠져 타인을 멸시하는 죄는 짓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은 어떤 교만한 마음을 가졌는지 부끄러워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함이다.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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