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3.08.20 16: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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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 현실적으로도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또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

유토피아는 모두가 행복한 이상적인 세상이자 존재할 수 없는 곳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다는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절망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왜 그런 존재하지도 않는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걸까?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는데, 완벽한 세상이란 게 가능이나 한걸까?

완벽한 세상을 꿈꿨던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대체로 그들은 빌런에 가깝다. 히틀러와 같은 사람들 말이다. 그런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 밑바탕에는 혐오와 자기합리화가 깔려있다. 그런 것들에서 출발한 민족주의는 집단 이기주의를 낳고, 잘못된 자기 확신으로 집단 외의 끔찍한 희생을 강요한다.

자기들만의 완벽한 세상을 위해 누군가는 희생되어야 한다는 이론이 납득가능 할 리가 없다. 그저 말도 안 되는 유토피아를 꿈꾸며 나쁜 결정을 내린 빌런에 불과할 뿐이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속 타노스가 우주 생명체의 반을 죽여야 한다는 명분은 유한한 우주의 자원이었다. 나름 인간을 비롯한 우주 전체 생명체가 행복하게 존재를 영위해 나가기 위한 당위였다. 구원을 위한 작은 희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어떤 한 사람의 생각이나 결정으로 만들어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자기합리화에 빠져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은 그가 그저 빌런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나만의 완벽한 세상을 꿈꾸며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모두의 완벽한 세상을 이끌겠다는 사람은 그냥 거짓말쟁이다. 우리 모두에게 완벽한 세상은 없다.

같은 조건과 상황이어도, 누군가에겐 그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최악인 상태일 수도 있다. 각자의 현실과 가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스스로 채워가야 할 때도 있고, 서로 채워주며 살아갈 때도 있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스스로 완벽한 세상을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이상향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을 도모하곤 한다. 그것이 정치색을 만들고 종교를 구분짓게 만든다.

계속해서 변하는 세상에서 '완벽'이란 말 자체가 모순에 가깝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이상향을 함께 꿈꾸며 무리를 이룬다. 그것에 옳고 그름이나 정답 운운하는 건 어리석다. 그렇지만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거나 우월감을 가지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누군가의 희생이 대의를 위한 작은 희생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머릿속 개념을 현실화 시킬 때 도사리고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인간이 가진 주관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원하는 대로 살수 없는 게 세상이기에 우리는 더욱 갈망하며 그것을 이루고자 노력하며 살아간다. 물론 그러한 갈망은 인간의 삶을 발전시켜 왔다. 완벽한 세상이 없다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애쓰면서 말이다.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세상을 꿈꾸며 완벽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완벽하지 않으면 어떠한가. 그 '완벽'은 누가 정하는가. 우리는 좀 더 나은 세상을 살고자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만족을 주는 완벽한 상황은 있을 수 없다. 세상은 언제나 불공평 했고, 인류 역사 상, 삶이 녹록했던 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세상은 그렇게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을 잘 살아야만 한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당신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완벽해지려 애쓰는 사람이다.
완벽을 겨루는 경기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결승점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결승점은 점점 더 멀어지고 만다."
     -마리사 피어 <나는 오늘도 나를 응원한다> 중에서-

'완벽'이란 말이 주는 어감에는 뭔가 근사함과 부담감이 함께 존재한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보다는, 완벽하지 않은 사람에서 더 인간미가 느껴진다.

완벽하지 않은 내가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애쓰며 지금의 세상을 열심히 살아갈 때, 나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과 서로를 채워가며 살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유토피아가 아닐까?

"너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니야.
그저 지금의 세상이 싫었던 거지."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중-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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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옥 2023-08-21 19:58:50
배우님 글 또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열심히 쓰신 글이라 여겨집니다.
다시 한번 겸손해져야 함을 깨우칩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