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 콤플렉스 죽이기
착한 사람 콤플렉스 죽이기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3.07.09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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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자신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착한 사람 콤플렉스'다. 남의 말을 잘 들으면 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박관념이 되어 버리는 증상인데, 사실 '착한 사람'이란 이미지 유지를 더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착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착해 보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이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불만이나 불편함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거절을 어려워하며, 쉽게 상처받고 남에게 잘 보이려는 강박이 있다. 이들은 거절 당하는 게 두렵고, 누군가가 자신을 싫어할까봐 두려운,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인정욕구가 강하다. 

아이러니한 건,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려 애쓰면서도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친절하지 못한 경우도 종종 볼수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의 인정욕구는 허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본인은 피곤한 삶을 살고 있을 뿐, 올바른 신념이 바탕이 된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건 아닌듯 하다.

착하게 구는 것이 항상 옳기만 할 순 없다. 삶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나 인간관계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조화를 이루며 잘 살아간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었다면 관계 때문에 머리 아플 일은 없겠지만, 세상 만사 모든 고민의 원천은 관계에서 비롯되는 게 슬픈 현실이다.

내가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듯,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순 없는 일이다. 내 마음 같지 않은 게 바로 '남'이다. 그리고 남과 맺는 모든 관계는 변화한다. 항상 좋기만 한 관계도 없고, 그 속에서의 거리감도 항상 같을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 유지를 위한 기술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노력하고 애쓰는 것이 늘 정답인 것도 아니다.

힘들게 애쓰지 않더라도 유지되는 단단한 관계에서 조차도 보이지 않는 노력은 존재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배려하기 때문이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그냥 다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다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중-

무인도 외딴 섬에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좋은 관계든 나쁜 관계든 사람들과 얽혀 살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가끔은 관계 자체에 지칠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지칠 대로 지쳐버린다 해도 무인도에서 혼자 살 수 없기에, 우리는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관계에서도 손절이나 익절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인정욕구가 존재 하지만, 일단 그것부터 내려놓고 생각해 봐야 한다. 손해 보는 관계를 정리한다거나, 더 큰 이익을 기대하며 관계유지 하는 것을 관두는 것. 그것이 손절이고 익절이다. 

언뜻 인간미 없이 느껴지고 너무 냉정하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내 인생의 주체는 결국 나다. 행복과 불행의 기준도 내가 정한다. 조금이라도 덜 불행해지고자 하는 나를 위한 선택이라면, 좀 냉정하면 어떠한가. 무례하지만 않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다. 

내 마음을 괴롭게 한다면, 그 관계는 정리하는 것이 맞다. 존중받지 못하는 관계에서라면 나의 존중과 배려가 아깝다. 관계는 상호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친절해 봤자, 그 후에는 더 큰 함부로 대함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함부로 대했다면, 그에게서 친절을 기대해선 안된다. 서로가 서로의 선을 지켜주지 못하는 관계는 그저 피로감만 높인다. 손절은 냉정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분노를 초래하거나 갈등을 겪게 하지는 않는다. 복잡한 인간사에서 나를 보호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움 받을 용기가 없다거나 냉정한 결단을 내릴 준비가 안되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사람 사이의 안전거리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함부로 선을 넘지 않는 것이 그것의 출발이다. 상대방을 휘두르려 한다거나, 불편한 신호를 보내도 그것을 무시하는 것은 매우 이기적으로 선을 넘는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

안전거리 미확보는 큰 사고로 이어지는 발단이 된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누군가가 좋아하는 걸 해주려 애쓰기 전에,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게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가 있다. 상처받기 싫다면 상처주지 말아야 하고, 잘 보이려 애쓰기보다 선을 지켜주는 것이 현명하다. 

착하지 않은데 착하게 구는 사람은 스스로도 피곤하고, 남에게도 진실하지 못하다. 때로는 함부로 대하는 사람보다 더 불편하고 난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이 안전거리 안으로 밀고 들어올 때 처럼 난감한 순간에 치솟는 피로도는 극에 달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을 사랑할 필요도,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받을 필요도 없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인연들은 나의 결정으로 이루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나의 선택이다.

착해 보이려는 사람 말고, 착한 사람과 에너지를 나누자. 착해 보이려 하지 말고, 착한 사람으로 살자. 그렇게 결이 같은 사람들과 맺는 관계는 인생을 피곤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관계가 주는 평화로움으로 내 삶을 구김 없이 짱짱하게 펴주자!

"무수한 사람들 가운데는 나와 뜻을 같이 할 사람이 한둘은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바깥 대기를 호흡하는데, 들창문은 하나만으로도 족하다."
     -로맹 롤랑-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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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성 2023-07-19 13:44:35
잘 읽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