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미래시대를 살아가는 현재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3.08.06 17:0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년 전쯤 미래를 그리는 공상과학 소설이나 만화에서 설정되곤 했던 2020년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들이 있다. 2020년대가 무척이나 멀고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시대에는 그런 것들에서 묘사되는 상황들이 인간의 지나친 상상력이 만들어낸 대단한 허구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던 것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상이 된 많은 것들은, 미래엔 과연 어떤 일상을 살게 될 지 궁금하게 만든다.

AI(인공지능) : Artificial Intelligence
-컴퓨터를 이용해 인간의 사고, 지능을 모방하는 기술. 기계장치,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등 인공적인 장치가 논리적 사고, 판단, 추론, 학습 등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

"인간의 단점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희망을 갖는 거야.
인간들은 그걸 꿈이라고 하지."
        -영화 <AI> 중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에 희망을 갖고, 그 꿈을 현실화시키는 능력은 인간이 가진 장점이 아닐까?
2001년 작, 영화 <AI>는 SF영화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이다. 

22세기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인구 감소가 심각해진 시대, 로봇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고, 최초의 감정형 아이 로봇 데이비드가 한 가정에 입양되면서 영화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 가정의 실제 아들과의 갈등에서 데이비드는 버림받고, 인간이 아니어서 버려졌다 생각한 그는 인간이 되기 위해 파란 요정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겪는다.

▲2001년, 영화 'AI'
▲2001년, 영화 'AI'

"진짜가 아니어서 미안해요, 엄마. 날 버리지 말아요. 허락하신다면 엄마를 위해 인간이 될게요. "
            -영화 <AI>중-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며 인간이 되고자 했던 로봇 데이비드의 대사가 슬프다.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진짜가 아니기에 데이비드는 엄마의 진짜 아들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인간과 너무 흡사하게 표현된 데이비드에게 인간과 닮아서 마음 아프고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너무 인간 같은 모습은 사뭇 무섭단 생각마저 들었다. 로봇이 인간과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르길 바라는 마음은 어쩌면 우리의 방어기재일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만들어진 20여 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AI와 밀접하게 살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AI 기술은 딥러닝, 자연어 처리, 이미지 인식, 음성 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만 해도, 설마 하던 일들은 머잖아 현실이 되었다. 이미 키오스크는 대중화된 지 오래고, 챗 GPT는 출시되고 두달여 만에 1억명 이상의 이용자가 생겼다. 

챗 GPT란 채팅으로 질문하면 인공지능 챗봇이 답변해 주는 AI이다. 이 초거대 AI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해답을 추론한다. 인간과 유사하게 종합적 추론을 한다는 게 이것이 지닌 강점이다. 실제 인간과 비슷한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 AI챗봇은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작업의 능률과 속도를 높이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무한한 가능성의 기술은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 발전에 비해 아직 보안 영역의 취약성도 문제시 되고 있고, 인공지능을 악용하는 사례 역시 적지 않다. 사회 전반의 능률을 올리는 만큼 인간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지금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직종들이나 미래에 사라질 직업에 관해서는 사람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똑똑한 인간이 만들어낸 더 똑똑한 컴퓨터를 마냥 예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바로 그 부분이 아닐까 싶다. 생계 앞에서 가속화 되고 있는 이러한 추세가 두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이 발전하면서 끊임없이 사라지고 생겨난 직업들은 무수히 많다. 무언가가 인간의 능력을 대체해 왔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인간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창의력과 사고를 흉내 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흉내내는 것과 진짜가 같을 순 없다.

나의 질문에 그 어떤 사람보다 정확한 답변을 줄 수 있다해도,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있을까? 때로는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보다, 말없이 내 얘기에 귀기울여 주거나 그저 바라봐 주는것, 또는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이 더 가슴깊이 와닿는 위로가 될 때도 많다.

산업혁명을 겪으며 인류가 직면한 여러 가지 변화속에서 그것을 잘 적응해낸 인간은, 작금의 현실 또한 지혜롭게 헤쳐 나갈 것이다. 다만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를 위로하고 토닥일 존재는 우리뿐이라는 것이다.

크고 작은 일들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귀를 열어주고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우리가 바로 '인간'이다. 과거에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시대에도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지 않을까?

"때때로 우리가 작고 미미한 방식으로 베푼 관대함이 누군가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 놓을 수 있다."
    -마가릿 조-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병옥 2023-08-07 17:34:48
배우님 글의 스펙트럼은 참 넓은것 같습니다.
AI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하시면서도 관련 기술에 대한 말씀도 깊이가 있으십니다.
다음 글도 고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