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배고픈 사람들
마음이 배고픈 사람들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3.06.18 1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인간은 행복을 꿈꾼다. 인생의 목표의 구체적 지향점은 모두 다르겠지만, 궁극적 가치는 행복이란 두 글자로 귀결된다. 그것이 지금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말이다.

당장 무척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그럭저럭의 일상을 살고 있음에도 어딘가 마음 한 구석 허전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때 우리는 대단한 행복을 원하기 보다는 당장의 공허함에서 빠져 나오기를 바라게 된다.
어쩌면 이때가 가장 마음 다스리기가 필요한 때 일지도 모른다.

"나의 마음이 나에게 향해 있을 때, 사람은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완전한 안정을 누린다.
내 삶을 지지해 줄 무언가에 기대지 않은, 온전한 안정.
내가 나에게 기댈 줄 아는 평온함. 타인이 내는 소음 속에서도 나 자신의 목소리를 잊지 않는 것.
내가 유독 초라해 보일 땐, 잠시 눈 돌리며 주변의 풍경이 아름답다는 것을 기억만 하시면 된다."
  -정영욱의 <잔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중에서-

스스로에게 온전하게 집중해서 평온을 찾고, 빡빡한 일상 밖의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면 마음의 안정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단단하고 담백한 삶으로 향하길 바라며, '지난 일들에 연연하지 않되, 과거로부터 미래를 배워갈 수 있는 것, 주변의 시선으로 나의 결핍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미 지난 일에 연연하고 후회하며 힘들어 하는 것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지 못한다. 오히려 지금을 살아내야 하는 엔진에 맞지 않는 연료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지나간 과거가 모조리 묻어두고 잊어야 하는 무쓸모는 아니다.
우리 삶의 궤적이며, 그 깊숙한 곳을 통찰하고 보듬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나를 배우고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음이다.

"바다는 파도가 오지 않도록 억지로 막거나 무리하지 않는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냥 다가오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로랑스 드빌레르, <모든 삶은 흐른다> 중-

지금을 후회 없이 산다면, 내일이 와도 오늘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계속 그런 삶을 지속할 수 있다면, 어제를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밀려가고 밀려오는 파도처럼 고난은 우리의 인생에 들이치곤 하겠지만, 막을 수 없다면 무리해서 바꾸려 애쓰기 보다는,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 바다가 나를 흔들어도 이미 나는 바다일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나 절망은 과거의 나, 또는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비롯된 상대적 관점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비교라는 것은 참 어리석다.
마냥 꽃길만 걷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가진 것이 많고, 이룬 것이 많은 사람이라 해도, 그만의 바다에서 어떤 파도와 싸우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미친 듯이 공허함과 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음 다스리기가 힘든 사람은 어느 누구와 비교할 것도 없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것 못지않게, 허전하고 공허한 마음을 추스리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자신이 바다가 되어 흐름에 몸을 맡겨도, 단단하게 스스로의 결핍을 채워봐도, 허기진 마음은 잘 다스려지지가 않는다. 큰일을 해내는 것보다, 때론 별거 아닌듯한 일에 더 난감해질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은 알고 있다. 왜 마음이 배고픈지를.
분명히 마음속에서 원하는 것이 있고, 그 바람이 내 마음을 허기지게 하고 있을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채워져야 그 공허함이 사라질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법륜스님은 이런 마음이 욕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무언가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며, 채우려는 생각을 버리면 허전함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곳에 무엇을 채우려는 마음이 허전함이며,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을 놓아버릴 때 비로소 허전함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란 얘기다.

늘 생각하지만, 내려놓기는 일생의 숙제와도 같다. 그러나 그것이 내 삶에 더할 나위 없는 안정을 가져다 줄 것은 자명한 듯 하다. 내 마음을 잘 들여다 보고, 잘 다스리고, 잘 내려놓는 것은 인간의 궁극적 가치인 '행복'이 실현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그것이 마음이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창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한 줄기 햇살이 되어주지 않을까?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잔잔함 2023-06-24 02:50:36
평소 느끼는 이 공허함의 이유를 이 글 을 보고 나니
공감과 이해가 되네요.
그 공허함을 없애는 슬기로운 방법도 제시 해주어 언젠가 없앨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도 생기구요. 단 그 답을 알아도 실천을 하기가 마음 먹기가 생각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 많은 노력이 필요 할 것 같네요 ^^ 그래도 찾은 것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 졌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