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에서 얻는 것
비움에서 얻는 것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2.06.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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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십여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미니멀라이프가 자리 잡고 새로운 소비문화가 생겨났다.
불필요한 걸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단순한 생활방식을 미덕으로 삼는 문화를 미니멀라이프라 한다.

그런 문화는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더욱 확대 되었고, 심플한 인테리어나 중고마켓 직거래 등 다양한 형태로 진보해왔다. 미니멀라이프는 시간절약과 함께 소유욕에서 벗어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한다. 더 나아가 인간관계에서도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기도 한다.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하나의 방식인 것이다.

새것을 고쳐 쓰고 오래 쓰고, 불필요한 것을 비워내고 정리하는 것. 그것이 미니멀라이프의 본질이다.

중국 춘추시대의 사상가이자 학자인 노자는 "없앨 것은 미리 없애고 버릴 물건은 무거워지기 전에 빨리 버려라."라고 말했다.
내가 가진 것을 버리는 일은 의외로 과감함이 필요하다. 그것이 물건이든 사람이든, '내 것'을 내놓는 건 쉽지 않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욕망이라는 말이 있듯, 이미 내가 소유한 것과 소유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욕망은 내려놓기 어려움이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버리고 비워내는 삶만이 모든 사람에게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요즘은 미니멀리스트와 정반대되는 맥시멀리스트의 생활방식 또한 존중받고 있다.

헌것이라 해도 빈티지나 엔티크가 멋스러움으로 인식되어 왔고, 저마다의 소비의식이 다르고 물건의 가치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문화도 공존한다.
삶의 질은 각자 선택과 취향으로 결정되기에, 어떤 방식이라 해도 사회적 강요가 있어선 안 된다.
하지만 해볼 수 있다면, 할 수 있다면 비워내야만 비로소 채울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해 보는 일은 꽤 경이로운 일이다.

"빗소리가 떨어져 사라진다. 소리가 사라지고 고요가 남는다. 빗소리의 낙하는 고요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 역시 자기를 비워 본래의 자기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본래의 자기를 찾아 가는 그 길이 슬픔인 이유는 삶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산은 살고자 하는 마음을 버려 영원을 산다. 산에서 내가 배워야 할 한 가지는 비움이다. 비우고 비워 내가 없다면 너와 나라는 분별도 없고 삶과 죽음이라는 구분 역시 사라질 것이다. 존재가 온 우주로 구현되는 순간, 삶은 비로소 고요한 자유가 된다. 산 아래 살면서 나는 얼마나 나를 비우고 있는가. 빗소리가 낙하해 고요가 되는 시간이 스스로 깊어간다."
 -성진스님의 <비움, 아름다운 채움> 중-

더 많은 것이 아닌, 더 적은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 삶에서도 얼마든지 원하는 가치는 실현 가능하다.
뭔가를 과감하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저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시도조차 않기 때문은 아닐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비움부터 찾아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내 맘속 무엇이든 말이다.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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