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다
좋은 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다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2.10.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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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가?
사람마다 느끼는 몸의 나이도 마음의 나이도 저마다 제각각 이다. 나이의 수는 그저 태어난 때부터 해마다 늘어나는 것을 세는 것이며, 사회적 정체성을 나타내 주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몸의 나이를 실감하면서부터는 스스로가 예전 같지 않음에 곧잘 서글퍼 지기도 한다. 

중년에 들어서면 몸의 나이와 마음의 나이가 서로 부딪힐 때도 있고, '더 이상 젊지 않지만 아직은 젊은' 그런 애매한 상황이 서글픔을 가중 시키곤 한다.

"나는 젊다기엔 너무 늙었고, 늙었다고 하기엔 너무 젊어요."
영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에서 중년의 여성 에블린이 80세의 니니에게 했던 한 대사이다.
그 즈음의 연령대라면 무척 공감이 갈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중년'의 정의는 무엇일까?
사람의 인생에서 청년에서 노년 사이의 단계를 중년이라 이른다. 나이 기준은 문화와 시대마다 다르기 때문에 현대에도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중년의 폭은 넓어졌으며, 대체로 마흔이 넘어서면서 중년에 접어든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60대 초반까지도 중년으로 포함하여 인식된다는 것이다. 환갑에 잔치를 벌이는 풍습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도, 만 60세는 이제 노인이 아님을 시사 하는 모습 중 하나이다.

의학의 발달로 중년의 폭은 넓어지고 노년의 시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청춘은 찰나같이 짧은데, 그 청춘이 이미 지나갔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오랜만에 만나서 상대방에게 건네는 가장 호의적 표현 몇 가지가 있다. "여전하시네요." "그대로세요." 등등…. 정도의 차이일 뿐 세월을 비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이런 말들은 인사치레라 할지라도 듣는이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젊어 보인다는 말이 칭찬으로 여겨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길어진 중년의 시기에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자기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남에게 아름답게 보이려 노력하는 남성이나 여성을 '꽃중년'이라고 칭한다. 좀 더 젊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어느덧 꽃중년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중후함만이 중년을 멋있게 만들어 주는 무기는 더 이상 아닌 모양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NO 중년존'의 등장이다. '노 키즈존'이 불러왔던 사회적 갈등 이슈에서 이제는 '노 중년존'까지 나타난 것이다.
40대 이상 입장 금지. 이런 컨셉의 게스트하우스나 캠핑장, 심지어 식당까지 속출해 극단적 세대 갈등을 보여준 사례가 적지 않다.

나이를 기준으로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다. 소통이 쉬운 사람끼리만 결집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극심한 세대 갈등이 더욱 양극화 될 수 밖에 없다.
찰나와 같은 청춘을 그들끼리 만끽하고자 하는 자유는 존중하지만, 차별을 통한 자유는 지양되는 게 맞다. 그들이 중년이 되어 같은 차별을 받는다면 과연 당연히 받아들일 것인가 묻고 싶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연륜과 경험이고, 노련함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지만 완성형 인간으로 발전해 나아갈 수는 있다. 한 사람의 삶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 나이 듦은 필요조건이다.

모든 이의 삶은 아름답다. 그가 지금 몇 살이든 눈부시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살아온 나날들이 눈부셨듯 살아갈 나날들 또한 눈부시다.
남은 내 삶에서 가장 젊은 오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좋을 듯하다.
나에게 좋은 시절은 이제부터라고.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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