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2.11.0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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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29일 밤. 너무나 참혹하고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지, 그 상황을 접한 모든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뉴스로만 접해도 믿을 수 없고 어이가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그런데 그 비참한 광경을 목도한 사람들이나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어떤 심경일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많은 곳에 추모하는 공간들이 마련되고 안타까운 영혼들을 애도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은 전 국민이 슬프다. 그리고 화가 난다.

불과 8년 전 꽃 같은 어린 생명들이 꺼져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우리 국민들은 애통해 했으며, 그 트라우마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슬퍼하고 가슴 아파하고 미안해하고 그렇게 끝나선 안 되는 거였다. 이렇게 또 반복돼서는 안되는 거였다. 
'만약에 이랬더라면', '좀 더 빨리 대처 했다면'. 뒤늦게 이런 후회를 또 다시 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일들 중 하나는, 8년 전 또래들을 보내고 더욱 충격에 빠졌던 10대 청소년들의 트라우마다. 그들은 이제 20대가 되어 이번 참사로 또다시 같은 또래들을 잃은 깊은 상실감에 빠져있다. 친구거나, 친구의 친구, 어쩌면 나였을 수도 있는 이런 것에서 희생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을 겪게 된다고 한다.

이런 동일시 현상은 그들이 더욱 슬퍼하고 우울해 하며 분노에 빠지게 만든다.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의 침잠하는 분위기가 매우 안타깝다.
생명과 안전은 그 어떤 것보다도 우위에 있는 보편적 가치이다. 안전에 진심인 국가만이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국민이 어떻게 국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나라와 사회에 무관심한 냉소적 국민은 결국 국가를 무너뜨린다.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을 겪은 이들에게 우리 모두는 더이상 부끄럽지 않은 남겨진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

하늘의 별이 되신 영혼들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리창    -정지용-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아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 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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