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린다는 것⓸
달린다는 것⓸
  • 정은경 방송작가
  • 승인 2022.01.28 09: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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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앞에서 열린 2021 서울마라톤에서 마스크를 쓴 10km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지난 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앞에서 열린 2021 서울마라톤에서 마스크를 쓴 10km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내가 아는 사람은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한다. 
5km를 30분 안에 달린다니 나보단 조금 빠른 편….

날씨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춥거나 덥거나 혹은 눈이 와도 상관없이.
세찬 비가 내리거나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은 이상은 매일 아침 달린다.

“아침에 달리고 나면 머리가 상쾌해지고, 몸이 가뿐해지니까
뭐든지 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오늘은 뭘 할 수 있을지 설렌다.”

그가 매일 달리는 이유다. 
추운 날 아침 따뜻한 이불에서 나오기 싫고, 
추워서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지만
그 모든 하기 싫은 이유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이 달리기다. 

달리기는 유혹이 참 많은 운동이다. 
심지어 달리는 도중에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몸이 힘들어지는 데 바로 그때 유혹이 찾아온다.
더 이상 못 달릴 것 같은 마음이 들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쉬기조차 어려워진다.
그럴 때면 저절로 머리를 숙이게 되고, 나도 모르게 발끝을 보게 된다.
힘이 드니 저절로 자세가 움츠러든다. 

하지만, 이런 자세로 몸이 편해지면 다행이지만.
사실은 더욱 힘이 든다. 
계속 머리를 숙이고 아래를 보며 뛰면 
가슴을 접게 되고, 폐활량이 더욱 줄어들면서 결국은 멈출 수밖에 없다. 

달리기를 끝까지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도중에 찾아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힘들더라도 시선은 앞, 가슴은 최대한 활짝 펴야 한다. 
그래야 공기가 몸 안에 더 많이 들어오면서 조금은 편해진다. 
그러다 보면 숨쉬기 어려운 시간은 지나가고, 
마치 지금 막 뛰기 시작한 것처럼 호흡도 편안해지고, 주변 풍경도 눈에 들어온다. 
끝까지 완주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우리 인생에도 가끔씩 힘든 상황이 찾아온다. 
그 상황에서 ‘왜 나에게 이런 나쁜 일이 찾아왔는지’ 자책하고 비관만 하고 있다면.
그 안 좋은 상황에서 빠져나오긴 더욱 힘들다. 
걱정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힘든 상황일수록 좀 더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물론, 자꾸만 드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루아침에 ‘짠’하고 바꾸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책에 나오는 위인이 아니고서야! 
나도 어쩌지 못하는 내 마음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때가 있다. 

얼마 전 한 친구를 만났는데 거의 2년 만에 보게 됐다. 
그동안 어머니 몸이 좋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도 좋지 않은 일이 생겨 
1년 가까이 거의 칩거하다시피 살았다고 한다.
약속을 잡기도 싫고, 친구를 만나 수다 떠는 것도 귀찮고,
모든 걸 다 하기 싫었단다.

그런 그가 그 칩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달리기였다. 
유산소운동으로 몸을 움직이니 
‘이래선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고, ‘친구도 종종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무 생각 없이 달려야 한다. 
도중에 왜 달려야 하는지 이유조차 모를 때가 찾아오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발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목표한 거리를 달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때, 모든 걸 다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뿜뿜 뿜어져 나온다. 

안 좋은 일은 부정적인 생각을 낳고, 부정적인 생각은 더 비관적인 생각을 낳게 한다. 
생각만 하고 있으면 결코 마음이 바뀐 않지만, 몸을 움직이면 마음은 변할 수 있다. 
그게 꼭 달리기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세상의 모든 게 신기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매일 아침 오늘은 어떤 일이 생길까? 설레는 마음이 가득하다면.
최고의 인생,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게 아닐까?


정은경 방송작가 pdirow@naver.com

정은경 방송작가

20여 년 동안 시사, 교양 분야의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CBS <변상욱의 시사터치>,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 <생방송EBS FM스페셜> KBS <보고싶은얼굴, 그리운 목소리>, <월드투데이>, <라디오주치의> tbs <서울 속으로> 등 다수가 있고, 현재는 TBS <우리동네라디오>를 시민제작자와 함께 만들고 있다.
치열한 방송현장에서 일하면서 나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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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자 2022-02-13 15:38:04
달려야만 하는 이유가 아무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바로 그거였네요. 감사합니다. 전 잡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랄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