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
나이가 든다는 것
  • 정은경 방송작가
  • 승인 2022.02.04 11:1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년 임인년이 시작됐다. 
사실. 생활패턴으로 보면 2022년이 시작된 건 한 달이 넘었지만, 

이상하게 이즈음엔 꼭 양력, 음력을 따져
설이 지나고 난 뒤에라야 본격적인 2022년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 

새해엔 계획과 해야 할 일을 다짐하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지만
어쩌다 보니 흐지부지…
그래도 진짜 설이 아직 안 왔으니 약간의 위로를 삼으며
음력의 날에 다시 한번 다짐을 해보는 걸까?

아니면, 나이 드는 게 아쉬워
한 살 더 먹는 걸 조금이라도 미루고 싶었던 것일까?

앞의 자리가 바뀔 무렵엔 나도 그랬던 것 같다. 
1월은 무조건 49…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으니 어느덧 5라는 숫자도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다. 

예전에, 20대였을 때 50이라고 하면 굉장한 숫자였다.
지천명, 하늘의 이치를 아는 안다고 하지 않던가? 
중년의 나이답게 중후한 멋을 풍기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뭔가가 여유가 있고, 느긋하면서도 세상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화장을 진하게 하거나 지나치게 멋을 부리거나
청바지나 레깅스 같은 젊은 친구들이 입을만한 옷은….
50대에선 입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은 나잇값을 하지 못하는 주책, 주책… 꼴불견.

그런데, 내가 그 나이가 되었다. 
물리적인 나이론 중년의 아줌마가 돼 버렸다. 
하지만 지금 나의 모습은?

지천명? 개뿔!!!
어떻게 하늘의 이치를 깨닫고, 모든 걸 우주의 섭리에 맡길 수 있단 말인가?
이 나이에…

지금의 내 모습을 20대의 내가 봤다면….
100% 꼴불견, 주책, 젊어지려고 용쓰는 아줌마에 지나지 않는다.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직업상 회사에 다니지 않아서인가?
제대로 된 구두 한 켤레 없고, 정장스러운 재킷이나 치마조차 없다.
면바지 같은 바지도 왠지 입기가 어색해 청바지만 가득하다. 
발이 편해야 한다며 신발장에는 죄다 운동화, 운동화 비스무리한 것들뿐이다. 
원래 화장은 진하게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부턴 눈 화장은 아이라인까지 선명하게 한다. 

사람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진 내 친구의 옷차림을 보면
50대의 차림은 저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막상 사려고 하면 불편하기도 하고, 그런 옷엔 손이 가질 않는다.
흔히… 마음은 청춘, 나이는 숫자라는 얘길 하는데
이렇게 얘기하다 보니 그 항변에 내가 속할 줄이야.

하지만, 난 전혀 50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니, 나이를 생각하지 않는다. 
항변이라고 해도 할 수 없고, 나이 듦의 발악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런 나를 주위 사람들이 주책, 꼴불견이라고 한다면 그러라지….

사실, 난 나이답게 살아야 한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른다. 
나이답게 사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회적으로 규정해 놓은 나이대로 맞추며 사는 것보단 
나답게 사는 것이 행복을 위해서 더 좋은 게 아닐까?

50이 지천명이라고, 
그 뜻이 하늘의 명을 깨닫게 되는 나이라면 
나는 이렇게, 나이답게 보다는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나는 지천명에 이르렀을지 모른다. 


정은경 방송작가 pdirow@naver.com

정은경 방송작가

20여 년 동안 시사, 교양 분야의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CBS <변상욱의 시사터치>, EBS <김민웅의 월드센터>, <생방송EBS FM스페셜> KBS <보고싶은얼굴, 그리운 목소리>, <월드투데이>, <라디오주치의> tbs <서울 속으로> 등 다수가 있고, 현재는 TBS <우리동네라디오>를 시민제작자와 함께 만들고 있다.
치열한 방송현장에서 일하면서 나만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미자 2022-02-13 15:50:40
50이 지천명은 아닐지 모르고, 패션이 남들 보기에 구닥다리로 보이더라도 내가 좋고 편하면 OK. 작가님 화이팅!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