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는 세상에서 산다는 건
열받는 세상에서 산다는 건
  • 김민희 배우
  • 승인 2021.10.25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뉴스투데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내 잘못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내 잘못을 갖고 자신까지도 잘못된 감정에 휘말리는군요. 그건 어리석은 일 아닌가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건 감정에 휘말려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입니다."

"여기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고 마구 화를 내든지,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 해도 마음을 평화롭게 갖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당신이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중에서-

책에서 만난 인도인들의 게으름과 트릿한 약속개념이,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자리잡힌 모호한 철학으로 느껴지는 대목들이었다.

살아간다는 건 열받는 일의 연속이다. 작든 크든 타인에 의해 열받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게 화나는 순간들도 많다. 그것을 스트레스라 여기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이 쌓여서 화병이 나기도 한다.

'화병'이란 단어를 미국 정신의학회에선 영어로 'Hwa-Byung'으로 표기한다. 한국인들이라면 제법 겪을법한 표현이 영어로 대체하기란 어려웠던 모양이다. 유독 한국인이 화가 많아서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감정적으로 예민하거나, 속으로 화를 삭이는 과정에서 화병이란 게 생긴 건 아닐까?

그렇지만 모든 감정 중에 가장 컨트롤 하기 어려운 것이 화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 감정들 때문에 다툼도 있고 마음도 다치기 때문이다. 감정이란 게 내 뜻대로 컨트롤 하기 어려운 게 대부분이긴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이 바로 ''인 듯하다.

그러나 관계 속에서도, 스스로에게도 화를 내는 일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화가 나는 일이란 건 사람마다 그 포인트가 제각기 다를 수 있지만, 화를 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

누구나 화가 난다고 화를 내지는 않는다. 내 감정에 충실히 하고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화를 내 자기감정을 털어내고 뒤돌아서면 잊기도 한다. 그런데 그 화를 받아내는 사람 중에서 어떤 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때로는 위의 책에서처럼 분노하고 짜증을 내도 상대방이 개의치 않는 일도 있다. 이런 경우엔 그 인도인의 말처럼 화내고 있는 사람만 손해를 볼뿐이다.

화를 낼지 안낼 지는 결국 내가 선택한다.

감정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만은 아니다.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쌓아가는 것이다. 화를 다스린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화내기 전에 지금 이 순간 내가 이럴 필요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을 잠시만 갖는다면, 감정에 휘말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에서는 조금 멀어지지 않을까?

삽화/ 박상미
삽화/ 박상미

 

김민희 배우 calnews@naver

배우 김민희

만 6세인 1982년 KBS 성탄특집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하면서 배우의 길에 들어선 아역스타 출신이다. MBC베스트극장에서 다수의 주인공 역을 시작으로 SBS 대하드라마 《여인천하》, MBC 주말연속극 《여우와 솜사탕》, 등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특히 1997년 MBC 일일연속극 《방울이》에서 주인공인 방울이 역을 맡아 많은 사랑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