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투데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건 내 잘못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내 잘못을 갖고 자신까지도 잘못된 감정에 휘말리는군요. 그건 어리석은 일 아닌가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건 감정에 휘말려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입니다."
"여기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고 마구 화를 내든지,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 해도 마음을 평화롭게 갖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당신이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버스가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중에서-
책에서 만난 인도인들의 게으름과 트릿한 약속개념이,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자리잡힌 모호한 철학으로 느껴지는 대목들이었다.
살아간다는 건 열받는 일의 연속이다. 작든 크든 타인에 의해 열받기도 하고 자기 자신에게 화나는 순간들도 많다. 그것을 스트레스라 여기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이 쌓여서 화병이 나기도 한다.
'화병'이란 단어를 미국 정신의학회에선 영어로 'Hwa-Byung'으로 표기한다. 한국인들이라면 제법 겪을법한 표현이 영어로 대체하기란 어려웠던 모양이다. 유독 한국인이 화가 많아서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감정적으로 예민하거나, 속으로 화를 삭이는 과정에서 화병이란 게 생긴 건 아닐까?
그렇지만 모든 감정 중에 가장 컨트롤 하기 어려운 것이 화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그 감정들 때문에 다툼도 있고 마음도 다치기 때문이다. 감정이란 게 내 뜻대로 컨트롤 하기 어려운 게 대부분이긴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이 바로 '화'인 듯하다.
그러나 관계 속에서도, 스스로에게도 화를 내는 일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화가 나는 일이란 건 사람마다 그 포인트가 제각기 다를 수 있지만, 화를 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
누구나 화가 난다고 화를 내지는 않는다. 내 감정에 충실히 하고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화를 내 자기감정을 털어내고 뒤돌아서면 잊기도 한다. 그런데 그 화를 받아내는 사람 중에서 어떤 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때로는 위의 책에서처럼 분노하고 짜증을 내도 상대방이 개의치 않는 일도 있다. 이런 경우엔 그 인도인의 말처럼 화내고 있는 사람만 손해를 볼뿐이다.
화를 낼지 안낼 지는 결국 내가 선택한다.
감정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만은 아니다.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쌓아가는 것이다. 화를 다스린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화내기 전에 지금 이 순간 내가 이럴 필요가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텀’을 잠시만 갖는다면, 감정에 휘말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에서는 조금 멀어지지 않을까?